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다 by. 슈가
요즘 꽤나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나름 행복하게 잘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지 내 착각이었는지.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갑자기 곤두박질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로운 하루하루였다. 그래,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짧게나마 추락을 경험한 것 같다. 단지 어제에서 오늘이 된 것 뿐인데, 순식간에 저 높은 하늘에서 바닥으로 누군가 나를 내팽개친 것만 같았다. 아니, 내팽개치기 직전, 높은 곳에서도 더 높게 들려져, 미처 눈을 채 감지도 못하고, 잠시 후 내가 있을 저 바닥 어딘가를 공포에 질려 보고 있는 기분.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숱하게 Love Yourself를 외치고, Love Myself를 실천한다고 자신했는데, 그것은 자만에 지나지 않았다. 유리천장도 나름 천장이라고 내가 그것에 의지하고 살았구나. 그 유리천장에 발을 딛고 서 있던 거였구나. 유리로 되어있어서 몰랐어. 나는 없는 줄 알았어.
그것이 부서지고 파편들과 함께 가라앉으니 쉴새없이 밟히고 찔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들에 한참을 정신차릴 수 없었고, 무엇이 무엇을 상처주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 그래서인가봐. 유리천장이 있는지조차 몰라놓고, 이미 깨지고 부서진 지금이 되어서야 그 존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까, 흔들릴 지언정 어딘가에 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쉴 새 없이 어딘가를 유영해야해서, 어딘가로 나아가야해서. 멈춰있을 지언정 그 위에서는 불안하게 서 있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안주가 됐든 정체가 됐든, 이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이 됐든, 일단은 그 순간만큼은 그곳이 내 자리였으니까. 지금은 내 자리가 없다, 내 것이 없다. 나는 어딘가로 나아가야하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화살표를 만들어 시침과 분침을 찾아야했다. 그것은 추락만큼 무서운 일이다.
문득 지난 유퀴즈에서 슈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가 한 말이기에 더 와닿았던 걸까. 추락하는 속도와 높이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존재라 위로를 받는 것일까. 그 말이, 그 문장이 그의 입에서 나왔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부가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기분을 느낀다는 것인지,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모두가 그랬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차라리 비행기면 좋겠다고, 땅이 보이고 아래가 보이면 곧 착륙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섭지 않을텐데. 바라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멀어진 아래가, 그리하여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추락이 무서웠다고 말하는 덤덤한 그의 이야기가.
나도 더이상 부가설명을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털어놓게 된다. 나보다 분명 어린 이들인데, 그들의 고민은 얼마나 깊고도 넓으면 나이를 뛰어넘어 지금의 나에게조차 공감을 일으키는 것일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고, 고민했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조차 없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 밀려나 언젠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떨어진다면, 더이상 누릴 수 없는 것들이 저 위에 존재한다면, 그것이 예정된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이듦이라고, 순리라고 수긍해야한다면, 그 모든 것을 미리 생각하고 상상하고 받아들인다 해도 나는 저토록 덤덤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만의 답을 찾은 듯 덧붙였다. 함께 착륙하는 것을 알기에, 함께 착륙하면 괜찮다고. 잘 착륙하고 싶다고. 어찌 존경하지 않으랴. 나이를 떠나서, 그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서라도 그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더불어 그가 찾은 해답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새삼 그들이 더 빛나보였다. 불안해하는 모습조차, 두려움을 고백하는 모습조차 빛이 났다
그래서 응원한다. 그 고민과 두려움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착륙하길 원하고 있다고, 그리고 나의 착륙에도 많은 이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덕분에 나도 잘 착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정말 고맙다. 고마워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장통을 겪던 사춘기에도, 길을 찾지 못하던 20대에도, 무언가를 찾았다고 생각한 30대에도, 나는 왜, 우리는 왜, 같은 것을 고민하는 걸까. (나는 정말 이 나이가 되면 이런 고민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마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나는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더 지독하게 열병을 앓듯이.)
이 질문에는 답이 있을까. 답이 없는 것 같아서 지칠 때가 계속 찾아오는 걸 보면,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찾았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을 보면,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출제한 시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저 일기장이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다면 참 좋을 텐데. 근데 자꾸 말이야, 누군가 거기에 동그라미를 그려주길 기다리게 돼. 이게 정답이라고 맞다고 잘했다고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져. 그 누군가가 내가 되어주면 되는데, 나도 알고 있는데, 내가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데. 여전히, 어쩌면 계속 하지만 슬프니까 가끔, 그게 잘 안돼
그래도, 그렇기에 더, 유리천장이 날카롭게 사라져도, 길을 잃게 되는 순간이 찾아와도, 추락하는 기분에 사로잡히더라도, 반드시 떠올리자. Love myself
+)
이 마음 담아서 팬아트를 그려봤다. 친구에게 들은 정보와 소소한 덕질을 바탕으로 끄적끄적 거렸는데, 퀄리티는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렸다는 것 자체가 매우 해피! 행복하자.
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이 두렵지 않은 슈냥이
명탐정 슈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