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많이 모으려면?
유튜브의 시작은 ‘그냥 아무 동영상이나 한 번 올려봐.’였다. 사람들은 고양이 영상, 아기 영상, 콜라가 폭발하는 영상 등을 유튜브에 올렸고 당시에는 이런 부류의 영상이 핫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영상을 더 쉽게 찍고, 쉽게 올릴 수 있게 되자 유튜브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편의성’인데, 유튜브는 단순함, 편의성을 무기로 킬러 서비스가 될 수 있었다. 이후 모바일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각종 신박한, 다양한, 고퀄의 콘텐츠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유튜브는 ‘돈이 되는’ 플랫폼이 되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는 ‘단순함, 편의성’을 무기로 일찌감치 모바일 사용자들을 사로잡았고 지금은 거의 독식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이 된 이들은 전 세계 모바일 사용자들의 콘텐츠를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다 빨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신생 서비스가 사람들의 콘텐츠를 모으고 싶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앞에서 말했듯이 모바일 서비스에서 ‘편의성’은 필수 항목이다. 이걸 갖추지 못하면 일단 탈락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콘텐츠를 모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콘텐츠를 올리고자 하는 사람은 (혼자 쓰는 일기나 가계부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봐주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봐주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한 번 자기 콘텐츠를 올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인기, 명예’ 이런 심리적 기제가 동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기나 명예는 이미 사람이 많은 플랫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봐주는 사람이 없다시피 한 신생 서비스가 콘텐츠 창작자들의 명예욕을 건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용자 수가 적은 서비스에서 일시적으로 콘텐츠를 많이 모으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현금성 ‘보상’ 이벤트가 있다. 보상이 있으면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콘텐츠를 올리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는 작성의 동기가 보상에만 있는 경우 콘텐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체리피커들이 쓰레기 같은 콘텐츠를 많이 생산할수록 서비스 생존 가능성은 작아진다. 물론 보상이 서비스 기여도에 따라 주어진다면 긍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단 서비스의 비용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보상 구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생 서비스에서 콘텐츠 창작자를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BTS의 세계적인 돌풍 이후 다시금 화두로 떠오른 ‘팬덤’ 현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팬들은 엄청난 콘텐츠 창작자들이다. BTS가 어디에 한 번 떴다 하면, 인스타는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 팬들이 편집한 BTS의 이미지와 영상들로 도배된다. 팬들은 인기나 명예, 보상을 얻고자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다. 그들이 콘텐츠를 올리는 이유는 우리 오빠들의 귀엽고 멋지고 감동적인 순간들을 다른 팬들과 ‘공유’ 하기 위해, 그들에 대한 내 사랑을 ‘표현’ 하기 위해 올린다. 아무리 별 거 아닌 것 같은 콘텐츠에도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다른 팬들은 그걸 알아보고 찾아본다.
브랜드나 서비스도 이런 팬덤을 가질 수 있을까? 미국에서 2030 여성 밀레니얼의 팬덤을 형성한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 한국의 ‘배달의 민족’ 등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글로시에, 배민의 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SNS에 브랜드 제품 인증샷을 올리고, 브랜드의 소식을 빠짐없이 구독하며,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럼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그들은 명확한 타켓 오디언스를 상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제품 구매자들을 단순히 ‘소비자’로 정의하지 않고 ‘오디언스’로 정의한다는 데 있다. ‘소비자’에게는 ‘광고’를 하고 ‘물건’을 팔면 되지만, ‘오디언스’에게는 ‘메시지’를 가지고 ‘말을 걸어야’ 한다.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는 2030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메이크업으로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본래의 피부에 집중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들의 웹사이트 첫 화면에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연예인이나 물광 피부를 자랑하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거의 생얼에 가까운 일반인 여성들의 얼굴이 걸려있다.
배달의 민족은 야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치킨은 살 안 쪄요. 내가 쪄요.’라며 ‘야식 그냥 편하게, 즐겁게 먹어요.’리고 위트 있게 말을 건넨다. 배민은 ‘배짱이’(배민을 짱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팬클럽을 결성해 3년째 운영 중이다. 2016년 배민이 첫 흑자를 기록했을 때 전국의 배짱이들이 시내 곳곳에서 자축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글로시에와 배민은 그들이 가 닿고자 하는 타겟 오디언스가 누군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열렬한 팬들을 모을 수 있었다.
둘째, 그들은 브랜드 팬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비록 현재 나의 삶과는 다를지라도 내가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보면서, 단지 이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의 츠타야가 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의 29CM도 쇼핑 앱이지만 ‘‘WE LOVE’(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라는 이름의 탭을 만들어 감각적인 장소, 전시, 영화, 공연, 책 등을 소개한다. 마치 ‘우리는 단순히 쇼핑 앱이 아니라 세련된 감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실제 내 친구는 29CM 앱을 열어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셋째, 그들은 브랜드 팬들과의 직접적인 연결-D2C(Direct-to-Consumer)-을 중요시하고, 한 명 한 명의 스토리에 집중하며, 철저하게 그들의 피드백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 글로시에 창업자 에밀리 와이즈는 다른 뷰티업체들이 인플루언서의 파워에 주목하고,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는데 주목했다면 자신들은 한 명의 소비자가 갖는 힘과 그들의 스토리가 갖는 영향력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출처) 뷰티는 감정이 개입되는 소비 행위이기 때문에 누구의 스토리가 더욱 믿음이 가는지에 따라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D2C 철학 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기 때문에 글로시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스토리텔링과 이를 공유하는 것에 훨씬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들은 브랜드 팬들과의 ‘직접 연결’에서 나아가 그들을 브랜드에 ‘직접 참여’ 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고객에게 묻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서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라는 인식-참여감(Engagememt)-을 제공한다. 실제로 글로시에는 인스타를 통해 브랜드 팬들과 엄청난 양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글로시에 인스타그램 계정은 1분에 5개의 DM을 받는다고 한다. (출처)
글로시에는 인스타 스토리 기능을 활용해 브랜드 팬들에게 투표를 받아 제품 개선 사항을 결정하기도 한다.(출처)
2014년에 설립된 글로시에는 2019년 3월 기업가치 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출처)
케빈 켈리는 천 명의 열렬한 팬 — 당신이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사주는 사람 — 을 모으면 개인 창작자들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정말 가능한 일일까? 최근 미국에서 인기 있는 구독형 뉴스레터 서비스들을 보면 가능할 것 같다. 누구나 뉴스레터를 연재할 수 있는 Subtstack의 경우, 최고 인기 작가 12명의 평균 연수입이 약 $160,000이고, 하루에만 무려 4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돈을 내고 있다고 한다. (출처) 천명 정도의 작지만 열렬한 구독 팬층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정말 오고 있다.
그렇다면 ‘천명의 열렬한 팬을 모으자’ 전략을 개인 창작자나 커머스 브랜드가 아닌, 최대한 많은 유저를 모아야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해당 플랫폼이 다루는 분야에서 콘텐츠 퀄리티가 좋은 크리에이터 천 명을 그 플랫폼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씨드가 되어 훨씬 더 많은 사용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이때 편의성은 기본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이 플랫폼에서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편리하게, 즐겁게 창작물을 게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플랫폼 내부에 어느정도 피드백 요소가 준비돼 있어야 하며, 자신의 창작물을 더 많은 유저가 있는 플랫폼으로 쉽게 퍼 나르게 할 수 있어야 하는 서비스의 ‘편의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처음의 질문-신생 서비스가 사람들의 콘텐츠를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로 돌아가 보자. 신생 서비스라 인기나 명예는 주기 어렵고, 보상은 체리피커만 끌어들여 물을 흐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천명의 열렬한 팬을 모으자.’라는 전략이 가장 해볼 만하다.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들의 성공 전략-첫째. 명확한 ‘타겟 오디언스’를 향해 그들에게 소구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라. 둘째, 그들이 닮고 싶어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라. 셋째, 한 명 한 명의 사용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들을 직접 참여시켜라.-도 알았다.
그럼 이제 이걸 자신의 서비스에 적용해보면 된다. 우리가 말을 건네고 싶어 하는 타겟 오디언스는 누구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메시지는 무엇이지? 그들에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지? 한 명 한 명의 스토리에 집중하고 주목하는 D2C 서비스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이 모든 것들을 서비스에 잘 녹여 넣으려면 어떤 모습과 기능을 갖추어야 하지?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 서비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