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메고 성당 가는 여자: 천주교 입성기(6)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하나님을 만나러 가기 딱 좋은 날

by 이보정 해피피치
주님이 말씀하신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요한 15,16 참조)


처음엔 신앙을 가지려 교회에 갔다. 오랫동안 동네를 다니면서 믿을만한 교회, 맘에 드는 분위기의 교회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찜콩한 교회에 처음 간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하나님을 만나러 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예배당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는 봉사자의 인사를 받으며 예배를 보았다. 요즘엔 큰 화면에 예배순서와 찬송가까지 떠서 흐름을 따라가기 편했다. 크리스마스에도 그다음 주에도 그렇게 혼자서 교회를 왔다 갔다 했지만, 신도등록을 하거나 교회관계자에게 특별한 도움을 청하지 않아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그렇게 1, 2년 그 교회를 지켜보며 왔다 갔다를 반복하다 나의 신앙은 잊히고 말았다.


그다음엔 성당을 갔다. 성당은 그 주위에 딱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내가 일일이 찾아볼 필요가 없어 좋았다. 성당미사는 교회예배보다 훨씬 복잡했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 할 수 없는 수십 가지 의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예배보다 신성하고 조용하며 더 매력 있게 다가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게 성당 평일 미사를 드문드문 다니다 이사 후, 새 동네에서는 정식으로 예비신자등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나의 신앙을 갖고 싶다는 열망은 거품처럼 꺼져버릴 게 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회처럼 성당도 내 맘대로 고르는 것인 줄 알았다.


처음엔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을 찾았고, 다음에는 우리 동네에서는 더 멀지만 인터넷에서 종종 들어본 성당을 찾았다. 그 마음에는 여러 곳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쇼핑하듯 고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성당 사무실에 가서 알아보니, 아무 성당이나 골라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주소에 해당하는 교구의 성당을 가야 한다고 했다. 천주교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예비신자교육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여기 이 자리에서 예비신자교육을 듣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내가 이제 믿을 시기가 되어 하느님이 인도하신 것이라고.." 처음에는 나의 자유의지로 이곳을 찾은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혹시 하느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내 의지로 무슨 일이 결정되고 일어나고 또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나의 큰 교만이 아닐까? 선지자들은 순리대로 내려놓으면 영혼이 자유로워진다고 하는데, 나의 의지라고 붙잡고 있는 것들이 실은 내 뜻이나 내 능력 밖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이제 좀 편하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나는 그저 순리대로 내려놓는 일에만 열심을 해본다면, 내 영혼은 어디로 가게 될까? 기왕 시작한 이 신앙생활이 죽는 날까지 나의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내 영혼이 마침내 평화의 길로 들어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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