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의심

믿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by 복또비

의심은 사랑이 남아 있을 때 찾아온다.
완전히 포기하지 못해서,
아직 믿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어서.


하지만 그 감정은 언제나 모순이었다.
믿고 싶으면서도,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라는 단어가 자라고 있었다.


나는 네가 한 말보다
네가 하지 않은 말을 더 들었다.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찾았고,
침묵에도 이유를 붙였다.


그렇게 조금씩,
믿음은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의심은 상대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이 만든 그림자였다.


나는 그 불안 속에서
나를 지키려 했을 뿐이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잃지 않으려 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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