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詩作

시가 쓰고 싶은 날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시를 쓰고 싶다
시를 몰라도,
시인이 아니어도

​내 삶을 녹이고,
내 인생을 녹이고,
마침내 나를 녹여낸 글 한 줄,
그 글이 누군가 오래 간직한 상처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시가 되기를

​깊은 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잊힌 아픔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마음 밑바닥에 박힌 아픔의 바늘을
한 땀 한 땀 빼내는 손길이 되기를

​시집을 펼쳐 읽으면
방법을 알 수 있을까
수많은 단어를 불러 모아
한 줄 한 줄 이어 붙이면
과연 시가 될까

​시, 별거 아니다
인생, 별거 아니다
삶, 그거 별거 아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익숙한 단어로 꿰어낸
삶의 문장들조차
쉽게 시가 되지 않는다

​시, 참 어렵다
인생, 참 어렵다
삶, 참 어렵다

​단어라는 돌멩이를
이리저리 깎아 쌓아 올려도
그 안에 담긴 울음과 숨결,
그 무게를 다 붙잡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
시가 쓰고 싶은 밤,
나는 또 한 번
‘삶’이라는 낱말 앞에서 서성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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