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에는 어디든 날아가고 싶다
전생에 나는 바람이었을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두 방울 흙바닥에 스며드는
비릿한 기운조차 좋다.
흘러내리는 빗물은 속삭인다
슬피 울어도 된다고,
너의 아픔을 다 이해하니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맘껏 쏟아내어 보라고.
전생에 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추움조차 껴안고
하얀 들판 위에 누워
짙푸른 회색빛 하늘을 바라본다
펑펑 내리는 눈송이는
꽃잎이 되어 춤추듯 내려앉아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이제는 내려놓아도 된다고,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존재로 살기를
네 마음을 내가 안다고
비의 여신도, 눈의 여신도
내게 말을 건넨다.
너는 바람,
그러니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맘껏 날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