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즐거운 우리 집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 집은 언제나 분주하다. 큰집이라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거의 우리 몫이고, 부지런한 어머니는 올해도 손수 장을 보고 모든 것을 직접 만드신다. 요즘은 시장에서 음식을 사서 차례를 지내는 집이 많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송편, 나물, 생선찜, 도토리묵, 갖가지 전, 식혜, 시루떡을 정성껏 준비하신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고기도 예전처럼 보쌈이나 갈비찜으로 준비하시다가, 요즘은 우리들의 요청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한다. 그래도 양념게장, 물김치, 잡채 같은 반찬들은 여전히 어머니가 직접 하신다. 가족들은 그 맛에 감탄하지만, 나는 해마다 쌓이는 어머니의 피로가 염려된다. “엄마, 올해는 배달 음식으로 해요.”라는 내 말에 어머니는 “사는 음식이 집에서 한 음식만 하겠냐?"라며 나무라신다. 언제까지 이런 고집을 부리실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 마음을 생각하면 쉽게 말릴 수가 없다.
올해는 그래도 몇 가지는 줄이셨다. 일부 음식은 사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어머니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요리를 그다지 잘하지 않아 남동생들이 전을 부치는 동안 설거지를 도맡았다. 비록 몸은 고됐지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이번 추석에는 조카 은수가 준비한 깜짝 게임이 분위기를 더 즐겁게 만들었다. ‘동전 쟁취 게임’이라 불린 놀이였다. 찍찍이 손바닥으로 동전을 획득한 사람이 번호표를 뽑아 상금 봉투를 받는 방식이었다. 봉투 속에는 5천 원부터 오만 원까지의 상금이 들어 있었고,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참여했다. 거실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서로의 얼굴은 장난기와 흥분으로 붉게 물들었다. 경쟁보다는 웃음이, 상금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가족과 함께 레몬 하이볼 한 잔을 마셨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시간이 훌쩍 지나 9시가 되자 가족들은 하나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여전히 부엌 정리를 마무리하고 계셨고, 설거지를 끝낸 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마음이 먹먹해졌다.
명절이란 결국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정성과 사랑, 이를 함께 나누는 시간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추석의 달빛처럼 밝고 따뜻한 이 시간이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길 바란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