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하늘을 올려다보며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한 장의 사진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눈부신 햇살이 유리창에 스며들고, 손에 닿을 듯 나지막이 내려앉은 구름 한 점이 하늘에 기대어 있다. 파란 하늘은 그저 신이 오늘만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삶이라 해도, 이런 날이면 그 신성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람이 불고, 햇살이 쏟아지고, 구름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은 이미 충만하다. 가진 것이 없어도 부러울 것이 없는, 자연이 허락한 가장 넉넉한 순간 속에 내가 있다.

​배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건드리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안에서 인생의 조각들을 배워간다.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이 뒤섞인 그 길 위에서 결국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세상엔 여전히 고통을 한껏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별거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얼마나 가볍게 들릴까. 위로의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그 마음을 나는 안다. 그래서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조용히 함께 걸을 뿐이다.

방랑이란 떠도는 삶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배우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길 위에서 나를 비추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내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목적이 아니라, 잠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일지도 모르겠다고.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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