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인연 3-강희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강희와의 인연도 흔한 인연은 아니다. 우연히 주민센터에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한 살 어렸고, 나의 넓은 아량(?)으로 친구가 되었다. 또한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림을 좋아한다는 취향도 같았다. 비록 가르치는 분야는 달랐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같았다.

2012년 이후 줄곧 친구로 지내며 전시회나 자연이 있는 곳을 함께 다니고, 그림도 그리고, 영어 공부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나누고 공유해 왔다. 금요일마다 판교에 수업이 있는 날이면, 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일찍 출발해 근교에서 나들이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한다. 그리고 영어공부를 하며 차를 마시고, 늦은 오후 수업을 위해 판교로 이동한다.

강희는 이것저것 하는 일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은 데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까지 하고 있어 늘 바쁜데도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준다. 친구에게 고마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감성을 주저 없이 나눌 수 있고, 이해해 주는 친구라는 것이 참 고맙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만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께서 어깨 통증이 심해 MRI 검사를 해보니, 운동을 무리하게 하셔서 근육이 안쪽으로 찢어져 수술을 하셔야 했다는 것이다. 어제 오전에 그런 소식을 전해 들었고, 염려되는 마음에 늦은 저녁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셨고 며칠 입원하시다 퇴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 역시 병원 생활을 오래 경험했고, 끔찍한 수술을 겪어본 적이 있기에 말이다. 잦은 주사로 혈관이 터지고, 손등마저 사용하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떠올리면, 병원 근처조차 가기 싫어진다. 게다가 나는 작년부터 갑상선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으니, 환자 자신도 힘들지만 보호자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 우리의 나이는 부모님을 걱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자신의 건강까지도 염려하게 되는 시기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눈물이 터져 버렸다. 끝내는 “잘 챙겨 먹고, 기운내고, 무엇보다 살아계신 아버지께 감사하며 잘 보살펴 드려라”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분 동안 그냥 울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부디 병원 신세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친구를 통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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