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소소한 행복이 주는 즐거움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늦가을의 쓸쓸한 정취가 마음을 스치며 아쉬움을 불러일으킬 무렵, 동생에게 '가을의 향기 좀 맡지'라는 전화가 와서, 여동생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섰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여동생이 산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위로다. 우리 남매는 모두 30분 이내 거리에 모여 살며,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함께한다. 이런 환경은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삶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다가온다.

산책 속 가을바람의 공기가 서늘하게 뺨을 스치며,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동생과 나란히 걸으며, 떨어진 단풍잎을 밟는 바스락 소리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언니, 올해 가을이 유난히 빨리 가네"라는 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함께 느낀다. 산책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는 자연의 처방전처럼 작용했다. 잠시의 산책이지만 기분을 좋게 하고 약간의 우울한 기분이 오히려 나의 내일을 준비하는 자극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파란 하늘도 함께 흩어져 있는 하얀 구름도 뭔가 마음에 여유로움을 채워준다. 동생과의 산책은 일상 속 특별한 의식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주의 소소한 고민과 기쁨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요즘 애들 때문에 피곤하지만, 그게 또 행복이야"라며 동생이 웃었다. 나 역시 최근 글쓰기 고민을 털어놓았고, 동생의 공감 어린 말 한마디가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가족 관계는 선택된 우정이 아니라 운명적인 혈연으로 맺어진 특별한 유대다. 같은 가정환경을 공유하며 성장한 탓에, 서로의 정체성에 깊이 스며들어 평생의 교육자와 지지자가 된다. 때로 부딪히고 상처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형성되는 공감과 위로는 친구나 연인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이를 지닌다. 가족은 사랑과 책임으로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로서, 개인의 감정적 안식처이자 에너지원이다. 이런 관계가 바로 삶의 본질적 재산이며, 외로운 현대에서 더욱 소중한 버팀목이다.

산책을 마친 뒤 단골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를 마셨다. 창가 자리에 앉아 시나몬 향이 그윽한 카푸치노를 앞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더 깊이 나누었다. 동생은 가족 모임 이야기를, 나는 최근 쓴 시 한 구절을 동생에게 읽어보게 하며 피드백을 부탁했다. 카페 안은 조용한 피아노 선율로 은은하게 가득 채워지고 늦가을 오후를 포근하게 감쌌다. 이런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동생이 있고,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이 더욱더 감사한 오늘이다.

동생 집에 들러 조카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탁 위에 차린 집밥이 따뜻하게 퍼지며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조카들의 장난에 우리는 한바탕 웃고,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 불빛 아래 자매로서의 유대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 하루는 늦가을의 아쉬움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 주웠고, 오늘의 소소한 행복과 온기로 채워진 선물 같은 하루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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