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지옥행을 다녀온 하루

몇 주 전부터 마음먹었던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에 다녀오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를 했다.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 출발했는데, 며칠간 흐리던 하늘은 어디로 갔는지 화창한 햇살이 반겨주었다. 구름은 지상 가까이 내려와 풍경은 마치 엽서 사진 같았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운길산 수종사’라 적힌 비석이 보이는 입구로 들어서니, 왠지 모르게 길이 심상치 않았다.

​함께 탄 동생의 차는 연식이 있는 자가용이라, 구불구불한 경사로를 오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더 올라갈수록 길은 스키점프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팔라졌다. 중간중간 주차장도 아닌데 차들이 멈춰 서 있는 걸 보니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더니 차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연기가 나고 타는 냄새까지 퍼지자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주차장까지 오르지 못하고 차를 돌려야 했다. 그때까지도 1km는 더 남아 있었다.

​막냇동생은 비탈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이런 코스를 무척 싫어하는데, 내가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냥 남양주에 있는 ‘카페 비루개’ 정도의 길이겠거니 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엄마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치고, 나는 손잡이를 꽉 잡은 채 하느님을 찾고 있었다. 내려올 때는 낭떠러지처럼 보이는 길이 천 리 같았다. 간신히 평지로 내려오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는 멍한 상태로 있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너무 무섭고 긴장했던 탓이다. 내 손에서 흘러내린 땀과 울음소리를 듣고 가족들이 폭소를 터뜨렸고, 나도 그 상황이 어이가 없어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살면서 그렇게 극도의 공포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결국 수종사행은 포기하고, 근처 ‘물의 정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어떤 곳이 아무리 유명하고 아름다워도, 위험하다면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이옥진 시인 마을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하남의 방태 밀면집에 들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글을 쓰는 이 순간, 그 공포 속에서도 나를 지켜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고생한 동생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늘 하루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삶은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고, 두려움 속에서도 감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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