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슬로 러닝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슬로 러닝을 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록 느린 속도지만 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내 삶에 새로운 루틴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감사하다.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는 것도 감사하다. 지금은 운동장 10바퀴에서 1바퀴를 더해 11바퀴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차츰 거리를 늘려 5km 달리기 대회를 시작으로 최종 목표인 10km 완주에 도전할 것이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살아가는 힘을 준다. 무엇보다 달리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게 되었다. 매일 10바퀴를 채우고 마무리할 때면, 나는 스스로를 토닥이며 격려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 자존감이 상승하는 감정을 분명히 느낀다. 그래서 자신을 부족하다거나 예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든, 자신에게 맞는 것이든 무언가를 정해 꾸준히 해내고 '어디까지'라는 목표를 세워 달성해 보라고. 그러면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을 반드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 또한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채워왔지만, 달리기에서는 그 감정을 최고조로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이건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전해 보니, 그 자체가 큰 자신감과 에너지가 되었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하는 것, 바로 그것이 큰 성취감을 주고 자신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방황하며 삶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쉰을 넘어선 지금에서야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모든 경험이 거름이 되어 진정한 행복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나의 생각과 경험을 꾸준히 써 내려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공부 또한 죽을 때까지 이어갈 것이다. 음악은 우쿨렐레로, 꾸준히 작은 성장을 쌓아가고 싶다. 달리기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내 속도에 맞춰, 삶의 흐름처럼 나아가고 싶다.

​지금의 내 삶이 참 좋다. 화려하지 않아도, 돈이 풍족하지 않아도, 나의 길을 찾고 그 끝을 향한 여정을 잘 준비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다. 내 삶의 2막의 출발점에서, 매 순간 감사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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