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차
유명하지도, 평점이 높지도 않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로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소개하고 싶다. 이 영화는 조선 후기 최고의 지도 제작자 김정호가 전국 팔도를 두 발로 누비며 오직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여정을 담아낸다. 당시 지도가 곧 권력이자 국가 기밀이었던 시대, 그는 모든 백성들과 지도를 나누고자 하는 집념으로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고, 수많은 역경과 오해, 심지어 목숨의 위협까지도 기꺼이 감당한다는 스토리다.
영화적 재미보다는 차승원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와, 오직 한 가지 일에 미쳐 모든 것을 건 김정호의 집요함이 극에 진한 몰입감을 준다. 지도 제작에 평생을 바치며, 자신의 딸이 열여섯이 될 때까지도 일에만 몰두하는 집착, 그리고 권력이 국가 기밀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 가혹하게 내린 운명까지, 현실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가지는 고독과 성취, 그리고 희생을 다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97만 관객이라는 큰 흥행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한 우물을 파서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에 대한 깨달음과 진정성을 전달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도 나의 업(業)에 대한 방황과 천직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는 듯한 깊은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한 가지 일에 미쳐 자신의 소신을 다하는 삶,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지에 대해 진한 울림을 준 영화였다.
유명하지도, 평이 좋지도 않았는데, 당신에게는 인상 깊었거나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다면 써보세요. (없다면 당신의 인생 영화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