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우 'The New Principia'(좋은 땅)
학창 시절 물리는 ‘어렵고 싫은 과목’으로만 남아 있었기에,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차분히 이해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학력고사 세대였던 내가 다시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을 치르면서 접하게 된 화학은 의외로 큰 즐거움을 주었다. 화학식과 기호를 외우느라 애쓰던 시간은 부담이 아니라 열정의 기록이었고, 그 경험은 “모르는 분야, 접하지 않은 분야라도 마음을 열면 충분히 즐겁게 다가갈 수 있다"라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과학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천문학 관련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씩 넓어졌다.
신석우 작가의 『 The New Principia 』는 이런 개인적인 과학 경험 위에 새롭게 얹히는, 일종의 ‘사유의 물리학’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세운 고전역학의 전통을 배경으로, 현대 물리학이 겪고 있는 난제들, 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통합 문제, 암흑물질·암흑에너지 같은 미지의 영역을 다시 사유해 보려는 도전이다. 저자는 “해례 이론(Hele Theory)”이라 이름 붙인 이론을 통해 복잡한 물리 현상을 ‘회전’이라는 단일한 원리로 설명하려 하며, 수식 중심의 형식주의를 넘어서 기하학적 직관과 철학적 사유, 예술적 감각을 함께 끌어들인다.
책의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는 ‘없음’과 ‘비어있음’을 구분하는 철학적 질문이다. 저자는 이 두 개념을 통해 존재와 관측의 관계,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다시 묻고, 그 속에서 현대 물리학이 오랫동안 충분히 답하지 못한 한계와 미스터리를 짚어낸다. 질량과 중력, 전자기력, 양자 현상,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같은 주제들이 모두 회전과 응집이라는 구조를 통해 하나의 유기적인 질서로 재구성되며, 자연의 근본 법칙은 더 단순하지만 동시에 더 살아 있는 구조를 가진다는 주장이 펼쳐진다.
『 The New Principia 』가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단지 새로운 공식이나 방정식을 제안하는 이론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저자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언어’로 물리학을 다시 쓰려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물리학을 다시 ‘자연철학’의 자리로 끌어올려, 과학·철학·예술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를 비추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자연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 현상을 단순한 수식의 결과나 시험 문제로서가 아니라, 존재와 의미, 그리고 인간의 감각과 직관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세계관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결국 과학 자체에 대한 태도로 모인다. 한때 물리를 ‘어렵고 싫은 과목’이라 밀어냈던 기억이 있는 독자에게, 『 The New Principia 』는 “물리학이 다시 아름다워진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공식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회전과 응집, 비어 있음과 존재 같은 이미지와 개념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은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 해주는 사유의 언어가 된다.
학창 시절에는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와 내가 좋아했던 과목에만 몰입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화학에서 뒤늦게 즐거움을 발견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 이 책은 모른다고 외면했던 세계도 다시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며, 다양한 분야가 때로는 하나의 세계로 응집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조용한 초대처럼 느껴진다. 물리학의 난제를 풀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자연과 존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천천히 음미할 가치가 있는 사유의 안내서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