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말다 하더라도 계속 쓰면되는거아냐

by 곰고미

브런치에서 몇 번의 알림이 왔었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라고. ㅋ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내면이 다시 시끄러워졌고, 안에서 올라오는 말들은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걸 글로 풀어내기 힘들어서 회피하고 있었다.


약해진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작년에 논문 쓰면서 찐 살을 좀 빼 보겠다고 달리기를 시작해 꾸준히 한 게 한 3개월.

- 다리를 다치고 이사를 하면서 다시 한 달간 못 달리다가 -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글을 쓰겠다고 앉으면, 복잡하게 올라오는 그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럴 때 달리면, 복잡한 감정은 땀과 숨과 함께 배출되고, 결국 현실적으로 '이렇게 해 보자'는 식으로 생각이 정리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하나 꺼내보고 직면해야 할 것들을 놓치거나, 묻고 지나가는 것 같아 '글을 써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상담실에서야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마지막으로 발행했던 글이 5월 31일이라니. 벌써 4개월이나 지난거였다.

그동안 도대체 뭘 하고 살았는가.


일단 임상심리사와 상담학회 필기시험을 준비해서 보았고, 합격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업무가 몰려와 바쁘기도 했고, 학부모 상담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쓰였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게 됐고, 출퇴근시간이 훨씬 더 늘어나 하루의 리듬, 일주일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데 한 달 쯤 걸렸다.

운전을 시작하고 - 삶의 바운더리가 넓어지는 게 이렇게나 신나는 일이라는 것도 경험하기 시작했다.


집정리도 일차적으로 되고 나니, 이제 다시, 어떻게 하루를 살고 싶은데? 묻다가 다시 시작해야 할, 하고 싶은 1순위는 달리기였고, 2순위는 글쓰기였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 중 무엇을 이루었고, 이루어가고 있고, 이뤄야 할 것인가? 살펴보니

달리기는 진행중이고, 점점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고

학회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해나가고 있고,

논문과 책 출판을 위해선 멈춰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시험 준비를 하다보니 재미없는 수험서 위주로만 책을 보다가

Parker Palmer의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읽으며 상담을 받으며 내가 가고 있는 여정이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가고 있는 중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결국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정리가 되었다.


그게 학습을 통해서든, 교육이든, 상담이든, 명상을 통해서든

우리의 만남 속에서

'이중성이 있는 삶을 살면서 느끼는 괴로움'을 제대로 통과하고

이중성이 없는 삶을 선택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힘과 홀가분함을 맛볼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싶은 것이었다.


'글쓰기는 종이나 컴퓨터 화면 위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펼치는 것'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라는 Parker Palmer의 말을 듣고, 나 자신과 제대로 대화하고,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펼치는 걸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더라도 결국은, 계속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