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나의 이별연습

-10kg 대작전

by 복덩이훤라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전히 마음뿐 실천은 아직이다. 연말이라 없던 모임 약속도 생기는 지금이기에 식단이 쉽지가 않다. 특히 술 그 녀석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라 그 친구를 놓아주기가 참 어렵다.


오래전 잠시 이별을 했던 경험도 있지만 잠시뿐 영원한 이별은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영원한 이별은 내 옵션에 없다. 술이 건강에는 백해무익이라 하지만 정신건강에는 백해유익하게 느껴진다.


술은 긴장감을 해소시켜준다. 근육도 기분도 이완시켜 느슨해지게 만든다. 굳었던 얼굴에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하고 닫혀 있던 마음이 살짝 열리기도 한다. 행동에 빈틈도 보기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누군가에게 그 빈틈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감정선을 한층 더 끌어올려주는 술 덕분에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술은 흥을 업시켜 준다. 알코올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 그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을 느낀다. 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노래방을 가게 되면 평소에는 부끄러움에 선뜻하지 못할 과감한 몸짓이 나오기도 한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고음 파트도 더 잘 올라간다. 마치 가수가 된 기분이다. 신나게 음주가무를 즐기니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하다.


술자리를 빌어 속 깊은 이야기를 한다. 유명한 노래의 제목처럼 취중진담. 그간 서운했던 일, 고마웠던 일 등을 말하며 마음을 술 한잔 기울이며 말하다 보면 서운함은 사라지고 고마움은 배가 되며 관계의 깊이는 한 층 더 깊어지는 듯하다.


이렇게나 많은 장점이 있는 듯 한 술,내 인생 20년을 함께한,좋아하는 맥주를 끊고 시도 쓰고 네덜란드에 가서 공장견학 후 하이네켄을 마셔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1번인 내가 술을 끊어야 한다.


회를 먹을 때 생각나는 소주 한 잔,

치킨과 함께 했던 맥주 한 잔,

추운 겨울날 어묵과 함께 마신 따뜻한 사케,

친구들과 모임에서 종종 마신 이름 모를 낯선 와인,

아빠 덕분에 맛을 알게 된 고급 위스키의 향과 맛의

세계에서 취해 살던 내가 이제 그 세계를 내 발로 나와 술이 없는 일상을 지내야 한다.


매일 술을 마신 것도 아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저녁약속에서 술, 그 녀석과 이별해야 한다니 이토록 아쉬운 마음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술 없이 재미있게 놀아본 기억과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좋은 날, 슬픈 날, 특별한 날에는 언제나 술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술의 힘을 빌려 업된 기분을 즐겼고, 용기 내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했다. 술 없이는 재미있게 놀 줄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어떤 부분을 희생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게 나에겐 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치킨일 것이다.


평생의 동지라 여겼지만 너로 인해 불어나는 체중을

이제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술... 잠시만, 어쩌면 오래도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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