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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희 Dec 07. 2017

권태기가 다가왔을 때

권태기 커플에게 추천하는 드라마 <고백부부>

내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이 사람을 만났던 날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때 엮였던 다른 이성을 생각하며 그 사람과 만났다면 현재의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이런 생각은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된다. 특히, 싸울 때면 더 더욱 심각하게 말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만나다보면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한 이상 예전처럼 깨가 쏟아지던 행복했던 때로 절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지 않으면 모를까. 아, 소중함을 깨닫는 데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또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는 것이다.


나는 연애를 할 때면, 상대와 참 많이 싸운다. 거의 남매처럼.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것처럼 달려들 듯이 싸운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행복했을 텐데,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다 망가졌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결국 헤어졌다.


헤어진 후에야 내 마음은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렇다고 행복해졌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안정. 내가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침착함을 되찾게 됐다. 마무리하지 못했던 숙제를 풀기 위해 만나고 있을 때 받았던 편지를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그때에서야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귈 때 그가 줬던 편지들은 다 초등학생이 쓴 낙서 같았다. 그가 줬던 편지지는 항상 작았고, 마지막 몇 줄은 글로 채우지 않고 매번 큰 하트나, 복희야 사랑해라는 큰 글씨로만 채웠다. 쓸 내용도 없지만 내가 써달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써준 것 같았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 읽은 그 똑같은 편지는 더 이상 초등학생이 쓴 낙서가 아니었다. 같은 내용에 같은 글씨에 나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참 이상했다. 그렇게 우린 다시 만났다.


이후에도,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바람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내게 호감을 표하는 이성을 만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툭하면 제발 다른 남자를 만나라고 했으니까. 그 말에 복수라도 하듯 나는 그렇게 변해갔다. 결국엔 걸렸고, 난 이제 헤어지자고 그에게 말했다. 난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날 더 좋아해줄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전해줬다. 상대방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내게 매달렸다. 우린 같은 시간동안 다른 것을 느꼈다. 상대는 항상 본인 옆에 붙어있을 것 같은 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우린 또 다시 만났다. 헤어지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더 편했다.


며칠 전, 종영이 된 드라마 ‘고백부부’ 2화를 보게 됐다. 서로 너무나 익숙해진 부부가 이혼한 뒤 20대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보자마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저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난 지상파 드라마 결제를 하면서까지 이틀에 걸쳐서 1화부터 12화까지 다 보았다.


20대로 돌아간 그 남자는 그때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여자도 본인을 많이 좋아해주는 능력 좋고 외모도 괜찮은 남자를 다시 만난다. 그 부부는 이제 서로 갈 길을 가자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서로 신경을 쓴다. 난 이때부터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눈치를 챘다. 그 부부는 항상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 너 때문에 너무 불행해, 너 만나기 전으로 다 되돌리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이들은 20대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부부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장기간 연애를 했다거나, 결혼 후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상대가 너무 짜증나고 꼴도 보기 싫고,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드라마에 나온 부부도 다시 부부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앞으로도 온 힘을 다 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고, 이제는 널 만나는 게 아니었다는 말 대신 20대로 돌아갔을 때 그때 정말 끝냈어야 했다는 말을 달고 살 것이다. 만약 그들이 20대로 돌아가 첫사랑과 결실을 이뤘다 하더라도 그들은 또 다른 이유로 싸울 것이고, 괴로워 할 것이다. 뭐든 장단점은 있으니까. 새로움보다 익숙함에서 소중함을 깨닫고 맞춰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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