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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희 Dec 15. 2017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고 싶을 때
<뉴니스>

익숙함에 속아 새로움을 찾게 될 때 보면 좋을 영화

“난 결혼 안할 거야. 결혼을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영화 예고편에서 나온 여주인공의 대사였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을 영화 속 주인공이 하다니 신기했다. 내가 이 영화를 결제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저 대사 하나 때문이었다.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연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가 본 영화는 <뉴니스>라는 영화다. 새로운 걸 추구하는 가비와 결혼했던 적이 있는 마틴의 사랑 이야기다. 의도한 건 아닌데 자꾸만 사랑에 관련된 영화만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여주인공의 감정선에 이입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둘은 데이팅 앱으로 여러 이성을 만난다. 진지하지는 않다. 그저 원나잇에서 끝나는 가볍디 가벼운 그런 종류다. 그러다 우연히 서로의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고 실제로 만난다. 둘은 이전의 사람들에게 느꼈던 가벼운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연애를 시작한다. 


서로에게 빠진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사랑에 빠진 모든 장면들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됐다. 둘이 만나기 이전에 다른 이성들을 만나 가벼운 만남을 지속하며 하던 원나잇 씬은 굉장히 가볍고 더러워보였다. 말 그대로 감정은 하나도 없이 서로의 성욕을 풀기 위해 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마틴과 가비가 처음 만난 날 섹스를 하던 장면은 부드럽고 예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다음날 아침. 마틴이 가비에게 스크램블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가비는 본인은 스크램블을 싫어하니 프라이로 해달라고 말한다. 이에 마틴은 그럼 스크램블과 프라이를 둘 다 해줄 테니 스크램블이 맛이 없으면 프라이를 먹으라고 두 개 다 해준다. 가비는 그가 해준 스크램블이 맛있다고 웃으며 만족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마틴과 가비는 원나잇에서 그치지 않고 만남을 지속할 것이라는 암시를 의도적으로 준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틴이 피곤하다며 가비의 스킨십을 거부하고 돌아눕는다. 피곤하다고 말한 건 핑계였던 것 같다. 그는 바로 스마트폰을 했으니까. 등지고 누워 하는 스마트폰 화면 불빛 두 개는 서로의 멀어진 거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처럼 영화의 전개는 굉장히 빠르다. 분명히 내가 보기엔 아직도 연애 초기인데 어느덧 서로에게 질리기 시작하며 다른 이성을 만나 바람을 피운다. 가비는 이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자 마틴은 자신도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를 하며, 앞으로 서로 솔직해지자고 다시 시작하자고 한다.


나는 이 장면도 괜찮지 않았지만, 뒤 내용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점잖은 수준이었다. 둘은 점점 미친 짓을 감행한다. 가비는 다른 이성을 만나고 싶으면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하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나는 이 제안이 마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처음엔 그런 마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비는 본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제안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틴은 앱을 다시 활성화하고 다른 이성을 찾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가비와 마틴 둘이서 앱을 보며 이 여자는 어때? 하며 같이 골라주기까지 한다. 가비는 다른 남자와 만나며 잠자리를 가지고 마틴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한다. 서로 쿨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연인일 수가 있을까? 내 눈엔 하나도 쿨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만남을 지속하다가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된다.


마틴은 가비를 만나면서도 항상 SNS을 염탐하고, 그리워하던 전 부인을 만나 제대로 정리를 하고, 가비도 만나던 남자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정리를 한다. 그 길로 가비는 다시 마틴에게 돌아가 이제는 ‘내 것’을 갖고 싶다며,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에 대한 마틴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는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냈지만, 나는 내 말이 맞을 것이니 내기를 하자고 했다. 대답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직접 보면 된다.


가비가 왜 다시 마틴에게 돌아갔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가비 자신이 새로운 것만 추구하고,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던 것을 마틴이 이해 아닌 이해를 해줬기 때문에 돌아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둘은 아마 질릴 때마다, 다른 이성을 만날 것이며 얼마 못가서 또 헤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커플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유는 항상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비와 마틴도 그럴 것이다. 서로 조금 더 성숙해진 다음에 다른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웬만하면 원래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걸 추천하는 편인데, 이 커플은 이미 갈 데까지 가버렸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만 만났으면 한다.


다른 이성을 만나면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거나, 바람을 피워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다는 멍청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재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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