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든 업무의 기한이 있어, 싫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어떤 일이든 일정에 맞춰 끝냈었는데, 혼자 집에서는 그 기한을 맞추기가 참 어렵다. 아침마다 해야 할 일 리스트는 참 잘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하기 싫으면 하루이틀 미뤄두고, 우선순위 낮은 다른 일들을 하며 괜찮다고 나를 합리화시킨다.
헤이.
우리 마음을 조금 더 독하게 먹자. 오늘 내 하고자 했던 일들은 무조건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습관의 중요성을, 작은 성취들이 모여 위대함을 만든다. 몰라?
매일 다짐하는데. 쉽지가 않다. ㅎㅎ
근데 뭐 대단한 걸 하려는 것도 아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루틴의 업무들, 성경책 읽기, 영어공부, 명상, 글쓰기 그리고 신문보기.
오후에는 이것저것 배우고자 하는 것들 일정 맞춰 공부하기, 독서, 운동 등등.
근데, 뭘 이렇게 하려고 하나 피곤하게 ㅎㅎ 누군가 옆에서 속삭인다 ㅎㅎ
어쨌든,
하나 끝내고 뭘 좀 하려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간다. 하루가 매번 아쉽다.
회사를 다니는 편이 내 개인적 시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쓰는 듯한 느낌은 무엇일까? 그 때는 일을 하니 주중에는 부모님께서 아이들 육아를 도맡아 도와주셨고, 주중 저녁과 주말에는 남편과 가정일 및 육아를 요일 별로 담당을 정해 조율하니 퇴근 후의 시간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도 하고, 개인 시간도 갖고. 그때는 그런 뿌듯함이 있었다. 사실, 협업의 영향이라고 본다. 부모님의 일손이 투입됐었기에 가능 했었다.
만약 작년에 내가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부모님, 아이들, 그리고 나와 남편의 삶은 어땠을까?
답은 지체없이 나온다. 모두가 굉장히 힘들었겠지.
나의 휴직은 나를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옳은 선택이었음에도 종종, 자주, 집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돌파구를 찾곤 했다. 가족이란 울타리 속 역할과 의무를 벗어나 내 개인적인 삶에 대한 갈망,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 뭐, 그런 것들 등등
이기적인 것인가.
그러면서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그래도 동등한게,
끊임 없이 쉬지 않고 갈등하는 나의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나의 내적 갈등을 그리 진정으로 진심을 담아 대해준 이들 또한 별 없었다. 보통 변화를 기대하거나 북돋아주지 않는다.
요즘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이후부터 잠들 때 까지의 시간은 온전히 아이들과의 시간이다. 타임대는 다르지만, 어찌 보면 돈 버는 시간에 육아를 하는 격이다. 육아하는 시간을 결코 무시하면 안되는데, 사실 가장 가치 있고, 생산적인 고귀한 일임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그 소중한 시간의 가치가 종종 힘듦 이란 감정으로 짓눌려, 휴, 티비나 보자. 티비를 한 시간씩 틀어주며 어떻게서든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려 애쓴다.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겠지만 육아는 참 힘들다. 사람의 적성에 따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험에 따라 힘듦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한명의 생명체를 키운다는 것은 그 만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사회생활에서의 힘듦과는 결이 다른 또 다른 힘듦이다.
종종 찾아오는 이불 킥을 하게 만드는, 정말 ‘암’ 이 걸릴 것 같은 그런 극도의 스트레스와 매일의 긴장감, 일요일 밤만 되면 찾아오는 우울감은 사라졌지만, 휴직으로 인해 좀 더 집중되는 엄마란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직장생활 때보다 더 쉽게 노출되는 그런 사회적 풍조에 대한 반발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식을 향한 나의 큰 사랑과 책임감 속, 그 누구 탓도 할 수 없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나는 나라는 자아를 쉽게 놓칠 수 있는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한 가지를 잃으면 한 가지를 얻는다고. 나는 육아에서 더 큰 가치를 본다.
사회생활에서의 성취감, 바쁜 삶 속에서의 안도감. 그런 것들로 부터는 현재 잠시 쉬고 있지만,
결국 내게 시간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 해 준 것도, 육아 휴직의 용기를 준 것도, 생각의 폭을 넓혀준 것도 아이들이며,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보낼수록 뭐랄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리가 깊어지는 느낌? 평범한 일상 속 아이들과의 시간 안에서 갑자기 별일없이 울컥하는. 그런 감동과 사랑의 순간들도 깜짝 선물처럼 종종 찾아온다.
또한 매일 속, 나와 아이들은 같은 선상에 서 있는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을 배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배우며 알아가며 존중하며 살아가야 함을.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은 기본적인 것들 일 뿐, 반면 아이들로 인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음을.
수백가지, 수천가지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인생의 선로 중 단 하나의 인생만을 경험하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여전히 아직도 난 인생을 잘 모르겠는데, 나의 가치관과 사회적 잣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리우면 안되겠다는 생각. 내 존재를 좀 더 겸허히 바라 보게 되는 것 같다.
찬란한 미래와 능력,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솔직함과 당돌함, 뭐든지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호기심. 삶에 대한 천진난만함, 순수한 미소를 바라보면 나도 뒤쳐질 수 없잖아. 용기가 생긴다.
만약 내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회사를 다녔다면 두 마리 토기를 다 잡을 수 있었을까?
아이들과의 관계가 지금과 같았을까?
매일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나 처음으로 엄마를 찾는, 엄마가 가장 좋아 엄마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랑스런 6살 아이들을 보면서 이 시간을 이렇게 채워 주심에 감사하다.
이렇게 사랑으로 꽉 채워진 지금 이 시간의 감사함을 지나치며 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시간 지나서 후회하지 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