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각자에게 닥친 도전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우리 자신의 소명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책에서 읽은 글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속으로 계속 되뇌어 본다.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시련, 도전의 과제들은 나를 알기 위한 과정이란다.
목적이 이렇다면, 실패할까 두려워 주저했던 일들의 명분이 사라진다. 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지니 용기가 생긴다.
요즘 들어 여러 상황들로 인해,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가끔 힘겹게 느껴 지기도 하지만, 시간을 함께 보내며 깊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음에 마음 깊숙이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기에, 마주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 가끔 얼굴이 찡그려 지기도 하지만 이내 환하게 필 수 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아이들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과의 시간 속에서는 이런 들끓는 감사함과 사랑이 있다.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려는 나를, 그 순간의 의식 속에서 다시 잘 바로잡아 오뚝이처럼 서 있을 수 있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가끔 쉽지가 않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해지고, 그 시간 속 자유를 느끼는 당연함 속에서, 둘이같은 공간 속 길게 같이 있으려는 쉽지가 않다. 5년 전만 해도, 개인적인 시간보다, 함께 하는 시간을 당연히 하며, 항상 뭔가를 함께 하려 했었는데, 삶은 참 아이러니 하다. ㅎㅎ
요즘,
남편의 재택이 길어지면서, 비례적으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상승하니, 함께 있는 시간 속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남편 행동에서 꼬투리를 하나 잡게 되면, 마음속에 있는 답답함과 왠지 모를 분노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거기까지는 인식하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우당탕당 번개가 번쩍 친 것처럼, 머리는 새까매지고, 입을 크게 열고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 쳐 대는 나를 발견한다. 가슴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습득한 것인데, 이런 번개 같은 행동을 날린 경우, 나의 기분은 더 나빠진다.
나빠진 기분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이후에도 계속 기분은 언짢은데, 나중에는 무슨 일로 화가 났었는지도 기억조차 못한 채 기분은 계속 나쁘다.
오랜 시간 감정이 좋지 않으니, 하루를 무의미하게 소비한 느낌이 들고, 소중한 하루를 망친 나를 결국 자책하게 되니 기분은 더욱 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저 밑바닥에 있는 짜증과 화남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그 즉시 그것들은 찰거머리처럼 내 몸에 쫙 붙어 쉽게 안 떨어지니 애초에 조심해야 한다.
짜증과 화남이 몸에 덕지덕지 붙여지고 나면, 긍정적인 에너지는 순식간에 빠져나가기에.
삶의 의욕은 순식간에 꺾이고. 모든 게 너 탓이야, 순식간에 남 탓하는 다른 사람으로 무섭게 변해 있다. 그러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노예의 늪에서 빠져나올라 치면, 또 나만의 명분이 필요하니, 어떤 해결책도 아닌, 단지 이제는 됐다, 충분히 기분 나빴으니 이젠 됐어, 하며 나만의 마음 속 절차를 겪은 후, 내가 나를 해방시켜 준다.
사실 뭐,
감정의 출구로 남편을 이용할 뿐, 화가 나는 대부분의 이유가 나의 내면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속에서 관리하지 못한 나의 감정들이 때는 이때다 하며 튀어나온다는 것을.
복잡미묘한 마음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수련이 필요하다.
한번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오면 쉽사리 떠나지 않기에, 어떤 사유에서든, 뭔가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의식했다면, 이것을 입밖으로 꺼내 실체 없는 뭔가를 기대하기 보다는, 기분이 왜 나빠졌는지,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최선의 방법이 뭔지 먼저 생각하고 내 마음에 우선시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순간 Hold 하고 심호흡을 하고, 함 템포 뒤에 반응하자.
감정이 상하면 그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나 스스로임을, 그리고 대부분의 감정들은 내 안에서 왔기에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함을 까먹지 말자.
그리고 실제로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경우라도, 그의 스타일을 존중해주며, 나와의 다름을 진정해줘야 함을, 이제서야, 결혼 12년차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내 안에서 나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판단은 단순히 내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고, 세상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조합이므로, 내 눈으로 다른 이를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족은, 특히 남편은 나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혼이란 명분을 바탕으로, 기대하고, 통제하려 하니 마음에 안드는 것이 너무 많다. 가까운 친구일수록, 좋아하는 지인일수록 더욱 더 예의를 갖추며 잘 대해주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하는데, 가장 옆에 있는 남편에게는 너무 쉽게 나의 민낯을 드리 보이니 이러니 남편인가 싶기도 하고, 이러니 쉽게 남의 편이 되는가 싶기도 하고.
다른 선택을 할 결심이 아니라면,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내가 결혼이란 체제에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이상적인 바램과 기대는 현재의 위치, 지금까지의 깨달음과 사실들을 반영해 잘 수정해야 한다.
난 현재 수정궤도에 있는데, 결혼과 동시 당연시했던 남편에 대한 기대를 나에 대한 기대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 이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음을, 오랜 시간 나의 내적 갈등과 현실 속 얻은 소중한 깨달음의 산출물이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동등하게 같은 입장과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지에 선택권은 내게 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은,
정면으로 보다가 살짝 비스듬히 보기만 해도, 화날 일은 감사할 일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 배움과 성장이 있다.
기쁨과 행복, 힘듦과 짜증 내가 거치는 모든 감정들이 모두 나를 알기 위한, 나의 내면을 알기 위한 과정이라 볼 때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누구인지 발견하는 것.
타인에 대한 기대를 접고, 나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삶의 방향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