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

by 사십대 소녀

밝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


화이팅하자 반복적으로 외치면서도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 분위기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그러다가 화이팅의 마음을 내려놓고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두려움, 불안함, 우울함 뭐 이런 감정들은 습관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감정들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


어제는 기분이 좋았다가, 오늘은 기분은 우울하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남편도 별 문제 없고, 육아 휴직을 통해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으며, 딱히 내게 모라고 하는 이들도 없는데. 단지, 작은 외침이 저편에서 작게 들릴뿐이다.


요즘 그냥 너무 화이팅하고 있는게 속 빈 강정 같지 않니?

넌 겉으로만 희망에 부풀어 있는 가식처럼 느껴져. 우리 우울한번 할까?


습관적으로 우울감을 즐기는 것 같다. 모든 것을 합리화를 하기 위한 나만의 교묘한 전략 같기도 하다.


20대부터, 성인이 된 후로 줄곧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몇개의 검은 문제들. 술을 마셔도 해결 되지 않고, 잊자 해서 잊어지지도 않고. 시간이 흐른다고 저편으로 사라지지도 않고, 행복한 이벤트가 대체해 주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니는데, 그냥 따라다녀라. 머릿속에 맴맴 거리는 뿌연 그림자,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래라 무시했다. 습관화된 과거형 후회형 사고 방식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라져 버리는데.

얘야, 이제는 더 이상 노우노우, 생각의 패턴을 바꿔야 할 때가 왔지 않니.

생각의 패턴도 습관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 속 살다가, 그렇게 않았던 과거에 집착하고, 현재의 모습에 남 탓하고, 아직 오지않은 미래의 고민들을 현재의 고민인양 머금고 살아왔다. 생각없이 방탕했던 대학시절의 과거가 여전히 나의 현재와 미래의 찬란함을 제약한다며, 비겁하고 교묘하게 내 행동을 합리화하며, 바보같이 술을 퍼 마시고 20대, 30대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사실 근데 이건 변명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 우둔함으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었다.


내 인생의 실패처럼 간주되었던 나의 대학전공. 별 생각없이 취업과 돈만 바라보며 선택한 전공은 직업으로 이어졌고 평범하게 살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면 나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속삭이는 이 포기되지 않는 이 과거의 후회.

직업 뿐이 아니다. 자유를 갈망하며 함께 커지던 모든 관계에서 오는 답답함.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결혼에 대한 후회. 나를 제약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훨훨 날아가고 싶은 충동.


이제

슬슬

문제가 뭔지 보이니?

왜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삶에서 후회만을 고집하며 앉아 있니


매몰되어 있던 구덩이에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니.

대면하지 않고 회피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반복되는 생각의 굴레를 끊어버리자.

좀 더 폭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가 있었다. 기대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사전에 확정되어 있다. 프로젝트 진행 중 리스크와 이슈가 발생하면 해당사항들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철저한 관리 아래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인생도 이와 다를게 없다. 계획하고 노력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걸 해결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중요한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살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 너의 인생은 너가 원하는 대로 이뤄져 있을 거란 묘한 착각 아래, 사회 속 떠드는 이런 희망적인 속삭임 앞에서, 나 역시 삶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단 그냥 흐르는대로 버려뒀던 것 같은데,


앞으로 나갈라치면 우울감을 가장한 불안감을 등에 엎고 용기없이 숨어버리려는 나를, 온갖 생각들과 관련없는 후회들을 모조리 끌고와 그 안에 숨어버리려는 나를,


그런 나를, 그렇게 우울해지는 나를 요즘 종종 발견한다.


뭐가 두렵고, 무섭니.



막상 우물 밖으로 나갈려니 세상을 모르겠고 어렵다. 정말 작은 개구리였다.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


오늘은 화이팅 대신 우울함과 두려움이 감도는 날이다.

희망과 용기 바로 옆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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