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란 직업

by 사십대 소녀

회사원이라 삶


매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서 비슷한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좀비 같다. 싱그러운 눈동자를 한 사람은 만나보기 힘들다. 잠을 자거나, 멍한 표정이다. 박스 같은 버스를 타고 모두 공장으로 일하러 간다. 아침에 보는 동료들의 얼굴은 대부분 무표정이다, 상사에게 인사를 한다. 웃고 싶지 않은데, 최대한 가식적으로 웃고 인사한다. 기계처럼 이메일을 열고, 일을 시작한다. 차라리 일이 많으면 좋다, 잡생각이 들지 않고 집중할 수 있으니까. 일이 없으면, 잡생각이 끝이 없다. 일이 없는데도 월급이 나오니 참 돈 벌기 쉽구나 생각한다. 점심시간, 일상 속, 짧은 자유를 만끽한다. 정말 편한 동료 아니면 점심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꺼려진다. 회사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형식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다.


오후 시간. 열심히 일한다. 회사를 다니기 싫다고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작업하고, 보고하고 완성한다. 퇴근 시점, 아무래도 상사의 눈치를 본다. 예전에는 퇴근과 동시에 술집으로, 지금은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간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해는 저물어 있다. 하루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얽매여 있는 틀이 싫었다. 회사의 일에 가치를 찾지 못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음에도, 흔히들 말하는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침 출근시간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 하하.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며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끼어 탄다. 나는. 내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똑같은 일개 회사원이라는 걸 직장생활 내내 혼자 부정했다. 이 직업이 나의 간판이고, 회사는 내 부서와 내 직급으로 나를 평가한다. 승진을 해도 칭찬을 받아도 인정을 받아도 항상 평가절하된 느낌이었고, 만족감이 없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10 년 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는가.


하기 싫은 일을 10년 넘게 할 수 있게 해준 나의 동력은 두려움이었다. 20대 초반 선택한 길을 뒤엎고 다른 길을 다시 나아가기엔, 너무 어렸고 겁이 많았다. 돈을 벌어야 함이 가장 중요했고, 조금이라도 서둘러 취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지 알았다. 20대 30대 어렸을 때 하는 대부분의 결정들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큰 결정들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 중요성을 이야기해 준 사람도 없었다. 사실, 내 주위 사람들 중 지금까지의 내 결정들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는 사람들은 별 없을 테다. 현실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살라고. 그렇게 들 보통 말한다. 어쨌든, 사회초년생 시절 마주하는 현실이란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하는 내내, 다른 길로 눈도 돌려보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나도 무섭게 익숙해지고 일은 쉬워진다.


그 긴 세월동안 왜 변화를 꾀하지 못했냐고 물어본다면, 꿈꾸는 지도도, 구체적 목적도, 용기도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와 기준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내 인생의 목표가 뭔 지 등 내 안을 자세히 들여볼 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없었고, 난 단지 나도 모르겠다 라는 답변을 방패삼아, 불만 불평만 하며 지내왔다. 나는 게을렀고, 우둔했고, 소심했고 혁신적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 보다는 항상 환상 속 내 모습에 사로잡혀 그것으로 현재까지 나를 지탱해 왔던 것 같다. 15년의 직장생활을 거쳐, 현재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고, 굳이 나의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시절 상 몇 번 받아본 걸로 밖에 증명이 안되는 옛날 고리짝 이야기들뿐이다. 내게 너무 무심했다.


그럼에도, 이 직업이 내게 준 교훈은, 적정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인생의 정말 중요한 선택 중 하나라는 뼈저리는 깨달음. 그리고 하기 싫은 일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 내가 증인이다. 하기 싫은 일도 이정도 했는데, 세상에 못할 게 뭐가 있으랴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을 두고,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못 할 것은 없다.


이것을 깨닫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또 스스로 핑계를 댄다. 돈.

돈이다. 하기 싫은 일을 지탱해 준 또 하나의 무기는, 마약 같은 월급, 돈이었다.

그만 두지 못 할 정도의 월급은 매달 통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평생 회사 월급에 만족하며 사는 월급쟁이로 살아야 하는가. 나의 가치는 회사가 내게 주는 월급만큼 인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직장생활 오래 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다시 또 갈림길 앞에 서게 되었다.

....


어떤 선택을 하느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버스는 제각각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다른 속도로 달려간다.


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회사를 15년 다녔는데, 어차피 이렇게 회사 다닐 줄 알았다면, 만약 내가 좀 더 주인의식을 갖고 일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게 가능은 했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여 섣부른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성공이란 사회적 성취와 행복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나의 노동력을 주주를 위해 쓴다. 나는 주주를 위해 일한다. 처음부터 가치관의 문제 아니였을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꿈꾸는 나의 노년의 모습은 무엇일까?


부럽게도 나는 현재 육아휴직 중으로 쉬는 중이다.


육아 휴직이 끝나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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