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결심은 쉽지만, 꾸준함은 쉽지 않다.
시간을 두고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하루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 가는 힘을 기르며 나를 단련시켜야 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었던 걸까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변화가 진심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에 그렇게 생긴 용기로부터 뭔가를 시작해 보려 노력하던 지난 몇 달이었다.
10년 넘게 만족스럽지 않다 외치던 일을 하면서, 스스로 만든 틀 안에 갇혀버린, 좀비 같은 내 모습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주고 싶었다. 새로운 일을 찾게 되더라도, 혹은 지금의 일을 훗날 다시 하게 될지라도, 무엇을 어떤 일을 하게 될지라도 하늘의 푸르름을, 나무의 무성한 잎의 싱그러움을, 쨍쨍한 햇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의 무탈함을 감사하며, 평온함에 감사하며, 좀 더 생명력 있고 깊이 있게, 그렇게 내가 주도적으로 인생과 대화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변화를 계획했다. 나의 시간을 내가 관리하고 싶었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일들을 벌려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명분 아래, 이 시간을 발판삼아 나의 생각을, 나의 가치관을 나의 길을 명확히 하려 했고, 육아 휴직에 들어 온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역시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다.
그 동안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코로라 바이러스로 정신없는 3, 4월을 보내다가 유치원에 등원했다. 아직 손안에 잡히는 것 하나 없이, 뭐 했는지도 모르게 5월, 6월 7월을 보내며,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시간은, 하루는 왜 이렇게 눈 깜짝 할 새 흘러가는 지,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계획이라도 세워 적어 놓지 않으면, 뭐 했지 기억할 틈도 없이 눈 깜짝 할 새 밤이 되고, 다시 해가 뜬다.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나는 현재 성장하고 있는 걸까?
손 앞에 잡히는 것이 없으니,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진다.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시간을 그냥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걸까.
고민의 나날들, 계획의 나날들, 실천의 나날들, 의심의 나날들,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되풀이한다.
내게 변화의 의무는 없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돌보며 조금 쉬다 보면 다시 제 자리 찾아 가겠지. 하는 태반의 시선 속에서 꾸역꾸역 나 혼자 옆길로 세려니, 아무래도 나 혼자로는 역부족인 걸까.
게으름의 유혹에 빠질 것 같다. 새로운 도약 앞에, 새로운 배움 앞에 작아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며, 그러면서 불안해진다. 불안해지면 안달이 나고, 안달이 나면, 화가 나고, 그러면서 실망하게 되고, 포기하고 되고, 끊기를 잃어버리게 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다시 옛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냥 살던 대로 살고, 하던 거나 하자. 그게 가장 현실적이니까. 새로운 취미나 갖자.
이렇게 끝나게 될까? 현실적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익숙해진 일상 속 삶의 틀을 바꾸려던 나의 애초 목적이 막상 그 과정에 부딪히니, 10년동안의 외침을 서서히 다시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나의 큰 적은 바로 나구나 또 한번 깨닫는다. 이래서 그동안 발전이 없었다는 걸 안다. 조심스레, 사회 탓, 주위 탓, 현실 탓을 하면서.
노력이 없으면 발전이 없고, 발전이 없으면 변화가 없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아쉬운 인생안에서 생각의 도돌이표만 무한히 반복하다가 끝낼 것인가. 그럼 결국 후회하게 될까, 아님 익숙해질까.
아직도 젊은 나이이기에, 나의 전반부 인생 속 후회와 깨달음을 교훈삼아 내 후반부 인생에서는 후회가 없도록, 후회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가장 중요한 건 지속력인 것 같다.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다. 좀 더 노력하다 보면,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 저 편 문을 열고 나와 똑같이 생긴 얘를 끌고 나와 함께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겠다.
내게는 5살 쌍둥이 아들들이 있다. 아이들의 돌 무렵, 나는 직장에 복귀했고, 2년간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왔다. 사랑스럽게 무럭무럭 자라는 5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직 5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참 열심히 산다는 느낌이 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유치원에 꼬박꼬박 가서 사회 생활을 하고 오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우리 아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지 결심한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내 시간을 내가 통제하며 관리하며 사는 삶.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