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꾸준하게

by 사십대 소녀

오늘부터, 매일매일 글을 써서 올릴 것을 나 자신과 약속한다. 할 수 있을까.


이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생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끊임없이 왔다 갔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대응의 조치가 필요하다. 머릿속 두서없는 생각들은 무시하면 안된다. 제발 자기 좀 봐 달라는 나의 분신들이기에 그들이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세상의 말과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종종 나의 생각을 의심하고, 나를 의심하고 확신을 잃어버렸었다. 속았다. 아니, 내가 스스로를 먼저 속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뭐, 그랬던 이랬던, 주체가 누구였던 간에 나는 세상의 얕은 속임수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채워지지 않는 뭔가의 갈증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혼란스러웠지만 지속적으로 내게 물음표를 던지는 생각의 도돌이표를 해석하려 노력했다는 것.



매일 아침, 매일의 하루.

우리는 동일한 행위와 유사한 생각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반복되는 생활 속, 머릿속을 헝클어트리는 물음표들은 매일 새롭지 않다. 특별함 없이 반복되는 출근길 앞에서, 혹은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족들과의 모임행사에서 언제나 쉴세없이 가슴을 똑똑똑. 답을 찾지 못해 채점되지 못한 질문지들은 지겨운 표정으로 끝없이 두들긴다. 이번엔 톡톡톡톡. 아프다. 그리고 지겹다.


단순히 직업과 관련된 고민들이 아니다. 나의 가치관, 나의 삶 나의 인생에 대한 물음표들이다.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해결되지 않는 미제의 사건처럼, 풀어야 할 숙제처럼 마음 한 켠에 자리를 틀고 앉아 흘러가는 모든 시간의 언저리에서 찝찝함을 남긴다.


20대 때는 세상을 몰라 참고 기다렸다, 언젠가는 뭔가가 해결되겠지. 30 초반까지는 시간을 믿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가 달라지겠지. 30대 중후반에 와서야 깨달았다, 기다린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뻔한 진실. 40이 되서야 용기를 내어 현실을 직시하며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 같다, 더 이상 늦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해, 현실 속 책임감이란 이름으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애송이의 불안감으로. 그런데, 기다렸다는 게 맞는 표현인가? 사실 기다렸다기 보다는 힘들고 버겁다는 핑계와 게으름으로 생각 자체를 내쳐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젊음의 특권으로 술을 밤 새 처마시며 머리속은 우둔 해졌고, 나는 변해갔고 두려움에 지배당했다. 젊은 시절의 낭만은 기억에 없고, 후회만 가득했다.


작년을 기점으로 나는 나의 생각과 마음과 현실과 대면하기로 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이런 행위야 말로 나를 가장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임을 깨달았다. 그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잘 안착시켜서 본연의 힘을 올바르게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답을 찾아줄 때마다 난 뭔가를 배우고 깨닫고 성장함을 느낀다. 어떤 충만감이란까.


내 삶의 목적은 깨달음과 배움을 통한 내면의 성장임을. 그것들이 나를 춤추게 함을 작년 나와 대면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성실한 편에 속하지만, 굳은 확신 없이는 꾸준하지 않다. 원채 의심도 많고, 내가 보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잘 믿지 못하기에 쉴세없는 의심과 불안 속 어떤 것이든 쉽게 확신하지 못한다. 걱정도 많고 소심한 성격이다. 확실한 것에만 도전하려 하는 안정지향 성향이 있다. 그랬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과정 속의 나’를 생각하면 불안감은 사라진다. 확신은 없어도 가치는 발견되니까.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확신은 경험하는 과정 속에 있고, 과정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경험하면 된다고 그렇게 결정했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대로 삶을 산다고 하는데, 세상은 나를 세상의 기준인 물질적인 결과로서 처음 판단하겠지만, 나는 나를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겠다. 물질은 따라오는 것으로 첫번째 가치로 두지 않겠다.



글쓰기는 이렇게 나를 정리해준다.

머릿속에는 아직 정리된 게 없는데 글을 쓰면서 정리되는 느낌이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나를 알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이렇게 공식적으로 매일 글을 쓰리라 공표한다.


내 머릿속 생각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낸 글들을 보며, 그리고 단순해지고 간결해진 내 머릿속을 느낄 때마다 난 어떤 충만함과 행복함에 매료된다.


나의 성장 과정을 글로 남겨 보고자 하는 것도 부수적인 목적이다. 어떤 과정과 심리 속에서 인생의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흥미롭지 않은가.


대단한 변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내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하겠다. 과정을 느긋하게 바라봐 줄 여유와 힘만 있다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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