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을 사랑한다. 알람을 새벽 4시부터 맞춰 놓고, 대충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려 노력한다.
새벽 기상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2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대략 9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직 완전한 습관으로 장착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쉽지 않으며 컨디션에 따라 몸은 언제나 솔직히 반응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날은, 아무리 커피를 많이 마셔도 저녁 8시만 되면 헤롱헤롱 무기력해지고, 정신은 칼날같이 짜증스러워진다. 아이들이 코~ 잠들기 전까지는 룰루랄라~ 신나게 놀아주고 책도 읽어줘야 하는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한 의무감에, 9시까지만 버티자, 10시까지만 버티자~ 정신도 몸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힘겹게 있다가, 남편이 오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이내 침대에 눕는다. 우리는 같은 배에 탔잖아, 도와줘 ㅎㅎ
어떻게든 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알뜰이 잘 사용하고 싶은 욕구에 시작했다. 육아휴직이란 시간의 선물을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만 쏟을 것이 아니라, 나를 발전, 성장시키는 용도로도 쓰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삶은 스트레스를 받는 깊이의 차원이 다르다. 새벽시간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회사 출근준비, 아이들을 부모님 댁에 맡기고 만석 좌석버스에 낑 겨 힘겹게 출근하는 시간 대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새벽 시간을 꽉꽉 채워 여유롭게 보내는 삶이란. 하루 내 잡힌 동료들, 타 부서 사람들, 임원들과의 미팅에서 오는 부담감, 책임감, 그리고 그 틈새 사이 꽉 버티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한밤 중 이불 킥하게 만드는) 별의 별 가지각색의 스트레스. 육아휴직과 함께 몽땅 사라졌다. 그런 사회생활의 힘듦 속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고, 돈을 벌고.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일 터인데.
어쨌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요즘의 나는, 오늘이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수요일이든 금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상관이 없다. 무슨 요일이든 상관없이 내게 주어지는 자유. 이런 삶도 존재하는구나.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삶은 회사를 다니는 삶과 차원이 다름을 여과없이 느껴보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한눈을 팔 여유가 없다. 정해진 시간 내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씻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보통 나만의 시간은 대략 10시쯤에야 생긴다. 하루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기에 특별한 목적의식이 있지 않은 이상 그냥 나뒹굴고 싶다. 티비를 보거나 맥주 한잔와인 한잔을 마시며. 건전하게는 책을 읽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주중에 바쁘게 나만의 시간이 부족한 회사원들에게 주말의 시간은 금쪽같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일분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으리 혹은 잠을 늘어지게 자며 그렇게 또 다시 다가올 월요일을 위해 본인만의 방식으로 충전한다.
이번 육아휴직은 내게 소중한 선물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양육이 쉽지는 않지만, 회사를 다녔다면 맛보지 못했을 매일 매일 되풀이되는 5살 아이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육아는 내가 짊어져야 할 나의 책임이고 행복이기에, 돈을 벌어야 하는 과정에서 오는 힘듦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한 고생이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회사를 쉬며 여유로운 시간 속, 좀 더 깊숙이 나를,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내가 속해 있는 사회를 더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미래를 상상한다. 멋지게 도약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일 하는데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조급함 속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이래서 남편들에게도 육아휴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인생 속 잠시 멈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욱 의욕도 생기고, 희망도 생기고, 목표도 생기고. 잠깐,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별로 안좋으려나. ㅎㅎ 모, 기계처럼 일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암튼,
그렇다고, 2월부터 내내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난 건 아니다.
최근에도, 몇 일 전 술을 진탕 마셨다.
술은 가장 쉽게 생활 루틴을 깨뜨리는 최대 적이지만 나는 종종 쉽게 무너진다.
가끔씩 확~ 취하고 싶은 날이 한번씩 있다. 나는 술을 통제하며 마실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 아닌 기분파로, 한잔 마시면 또 한잔 마시고 싶고, 또 마시고 싶고. 적당히 알딸딸 한 상태에서 멈춰야 함을 머리로는 아는데, 아 몰라 그냥 가~ 쭉쭉 들이켜는 스타일이다.
아. 그만 마셔야 하는데 더 마시고 싶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술에 취한 감성이 너무 좋다. 이런 느낌이야 말로 구름위를 걷는 느낌이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감성적인 음악을 틀고 글을 갈겨쓰다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고,
다음날은 시체가 된다. 그리고는 힘든 숙취로 매번, 절대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결심하고 몇 달을 실천한다. ㅎㅎ 어쨌든 숙취로 2~3일을 고생하면서도, 새벽기상의 매력에 매료되어 있는 나는 곧 다시 새벽 기상으로 돌아온다.
잔잔하게 새벽을 맞이하고, 파란 하늘 아침을 맞이하다가 7시반, 아이들 중 한 명이 일어나 내 방 문을 벌컥 연다. 그때의 그 기분이란.
굳 모닝! 잘잤어? 무슨 꿈 꿨어?
다가가 폭 안아주며, 그때부터 공식적인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몇 일 전 마신 숙취로 고생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아침.
다시 이렇게 건강하게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건강하게, 하루하루 밝게 웃으면서, 나의 행복을 최면 하면서 그렇게 오늘 하루, 내일도 건강하고 무사하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