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by 사십대 소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각각의 다양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주위 평범한 사람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어떤 삶의 경험을 통해 어떤 사고와 관점, 가치관을 형성하며 삶을 영위해 가는 지. 깨달음은 무엇이고, 무엇을 동력으로 살아가는지. 삶, 영혼, 행복. 그런 떠다니는 생각들 저편의 진실들.


항상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친분, 어울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혹은 읽고), 혼자 생각하고 배우는 게 좋다. 세상에 대해 내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 목적이라 할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 보단, 그 관계 속 친밀감으로 엮이는게 부담스럽고 피곤해졌다.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보다 갈수록 혼자를 선호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란 진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부터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님 정신없는 6살 쌍둥이 육아로 몸이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이고, 철학적이고 방대한 지식, 깨달음이 필요한 업계에서 내가 돈을 벌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미 수년전부터 저명한 박사들과 전문가들이 세상에 널려 있고 획일화될 수 없는 그런 신비스러운 영역이다.


나는 나의 역량을 믿지만 현재 무식하고, 내 머릿속에만 들어앉아 있는 일개 개인, 인간일 뿐이다. 한 발씩 나만의 템포로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여 공부를 한다면, 천천히 논문도 쓰고, 책도 쓰며 학자의, 작가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겠 다만, 과연 그렇게 집중하며 찬찬히 조급함 없이 기다리며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런 인생에 대한 깨달음, 진실은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마냥 되는 것이 아니라 본다. 정치가가 사회를 모르고 경험없이, 국민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채 깨달음 없이 위선자가 되어 정치만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양한 경험 속 힘든 일도 겪고, 새로운 일에 도전, 실패와 경험을 겪으면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얽히며 그렇게 배우며 깨닫는 것이 참된 공부고 진실이 아닐까 싶다. 공부가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삶을 통한 깨달음이 통계적인 수치보다 더 가치 있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표현의 수단으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생각의 글쓰기는 내게 자유를 준다. 업무적으로 리포트를 쓰거나 발표자료를 만들 시에는 스스로의 완벽성을 추구하고, 완성된 결과물에 자존심을 두는 편이다. 직장 생활을 통해 발견한 나의 강점은 포인트를 잘 잡고, 흐름에 따라 하고자 하는 말들을 비교적 깔끔하고 설득력 있게 잘 정리한다. 나름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편이고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 반경이 넓은 편이다, 공감능력이 좋다. 자료를 보는 상대방의 입장, 이해 수준을 우선 고려하여,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말은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수줍음이 많은 게 하나의 단점이다. 많은 사람들 앞 여전히 긴장하고 순발력은 떨어지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강하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뿌듯하다. 리더의 역할은 하고싶지만 미적거린다. 그 와중 남이 하면 잠 못자는 뭐 그런 심리가 있다. 소심하고 Shy한 성향이 있지만 나를 드러내고 싶은 Stand-out 하고 싶은 심리도 은근 강하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자료의 완벽성은 일을 내가 주도할 때만 해당되는 경우다, 내게 책임이 오전히 있는 경우. 여러 명이 공동의 책임이 있을 시 난 나의 목소리를 크게 내세우는 편이 아니다. 혼자 일할 때는 리드하지만, 여럿이 동일한 입장에서 일할 때는 리더보다는 서포터다. 진취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주도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은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는 편이고. 남들을 잘 설득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동으로 일할 시, 초반 나의 존재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추가로 좋아하는 것은, 걷는 것. 그리고 영어 공부하는 것, 영어로 대화하는 것.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좋다. 영어를 쓰면 이런저런 규제가 없어지고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진다. 자유가 느껴진다. 뭔가 억압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해외를 돌아다니는 여행작가가 되어 볼까, 한국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관광통역안내사가 되어 볼까 자격증도 따고 했는데, 난 장소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장소보다는 인물이고, 여행을 단순한 기분전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역사 혹은 장소의 스토리에는 큰 관심은 없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지, 음식점이나 환경이, 해외 어디에 있는 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유명지에 가는 것 보다는 일상 생활 속, 주위의 환경에서 더 큰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직업측면에서 봤을 때, 여러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과정이 내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걷는 것도 좋아하여 도보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기도 한데, 걸으며 글쓰기.




15년 가까이 금융권에서 일하며 이제는 실체가 없는 일보다는 뭔가 눈에 보이는 일을 하고 싶다.

일 같은 일도 하고, 자유로움이 물씬 풀기는 예술가 같은 일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만을 직업으로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조급하고, 결코 돈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면서 그 과정을 ‘배움’의 측면으로 바라보겠다.


그리고 나의 궁국적인 목표는 조바심 없이 천천히 달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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