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을 한 지난 10년 간,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인 줄 알고, 열심히 노동했다. 같은 선상에 있는 친구들과 비교해 봤을 때, 연봉의 수준이나 회사 복지 혹은 사회적인 위치 (라고 할 것도 사실은 없지만) 모, 굳이 움츠려 둘 만한 직업은 아니었기에 금전적인 부분, 즉 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거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을 자연히 따라오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은, 찾아 헤맨다고 쉽게 발견되지 않을 뿐 더러, 시간이 지속될수록 실체 없는 환상 같았다. 그리고 ‘돈’에 대해 ‘수입’에 대해, 뭔가 사회적인, 세속적인 기준들에 대해 참으로 연연 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어지러움 속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몇몇권의 책을 접하면서 비로소 노동에 대해, 시간에 대해, 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간의 자유와 선택의 자율성, 유연하게 살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나 스스로는 왜 나의 삶을 획일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가. 그러면서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또 그 외의 것들로 나의 관심은 퍼져 나갔다.
요즘 하도 부동산 정책이 강화되고 자주 변경되고, 경제적인 이슈와 변수가 많은 상황이기에, 이렇게 무지한 상태로 뭔가를 해봐도 되는가, 좀 겁이 나긴 하지만 실천이 가장 큰 배움이라 믿으며 부동산 업계에 발을 살짝 한번 담아볼까 하는. 뭐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돈은 별로 없어도 똑똑하거나 재빠른 사람들도 뭔가를 이미 형성해 나가고 있다. 삶의 힘듦 속 출구를 헤매던 사람들 중에도 끈기와 노력을 통해 앞서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이들도 몇몇 보인다. 가장 후자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희망을 가져본다. 부럽다.
회사를 다니며 힘겹게 출퇴근을 하던 시절, 회사원으로 평생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가. 답답한 마음에 1시간 넘게 집 근처를 배회했던 적이 있다. 아파트가 이렇게 많고, 빌딩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것들의 주인은 다 누구일까. 집 한 채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하고 키우라, 생활비에 노년 준비 아등바등 평생 일하며 월급 받는 삶에 대한 불평에. 나쁘지 않고 평범한, 평생 일만 하면 괜찮은 이런 삶에 대한 불평에.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힘든 세상 속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며 배부른 소리는 그만. 눈을 흘긴다. 다들 이렇게 사니 현실을 직시하고 취미를 통해 행복지수를 높이자. 너 나이를 생각해봐. 좀 현실적이 되자.
... 이걸 현실이라 부르며 믿는 것 자체가 왜곡된 시각 아닐까,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데.
우물안에 있으면 우물 안만 보일 뿐이다. 요즘 우물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면서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느낀 바에 따르면, 부동산은 어렵다기 보다, 정보와 실행력의 싸움인 것 같다. 찾고, 묻고, 얻고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되는 거다.
최근 하남시에 있는 상가를 공부 겸 해서 가봤다.
관심있는 물건에 대해 파악하려면, 먼저 인터넷 조사를 하고, 전화를 하고, 실제 그곳에 가서 임장을 하고, 그 곳에 위치해 있는 부동산에 들어가 어색한 분위기 속 이것저것 물어봐야 한다. 부동산에 들어가기 어색해 안 들어가려 혼자 합리화를 하다가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친절했다. 역시, 실행이 없으면 그 생각은 풍선처럼 커지기만 하다가 펑 터지기만 한다.
거리를 채운 빌딩 숲 속, 텅 빈 공실 상가들은 많았다 차를 타고 가도 보이고, 그냥 걸어가도 보였다. 상권이 형성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듯했다. 분양 상가는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쉽게 투자하면 안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공실이 하나 둘 채워지고 안정적인 낌새가 보이면 그때 들어가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사람 조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분양 상담사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건물은 지었으니 분양은 해야 하는데, 높은 임대차 계약을 하며 들어올 임차인들은 별 없고, 얼른 매수자들을 찾아 돈을 메꾸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가짜 임차인들을 대동하여 사기를 치며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공실은 위험 부담이 있으니, 이미 임차가 맞춰진 곳을 매수하세요. 수익률 좋습니다. 한달에 몇 백만 원씩 쭉쭉 들어와요. 그런 좋은 유혹에 계약을 하고 나면, 임차인은 바로, 혹은 1년 후에 재계약 없이 나가버리고 공실의 공포를 맞보게 된다는 것이 분양 상가의 현실 속 이야기란다.
걷지도 잘 못 하는 아가가 무슨 분양 상가야, 특별한 관심 없이, 마침 남편 휴가인 터라 공부 겸 바람 쐬러 갔다가, 어느 분양 상가 시공사 쪽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르던 물건이 내게 다가오더니 내 안에 폭, 사랑에 빠질 뻔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임차인도 괜찮고, 1년후에 나갈 일도 없다. 아직 건물의 많은 곳이 비어 있으나 현재 계약 협상 중으로 병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내년쯤 되면 상가의 많은 곳이 채워질 테고, 해당 호수에는 매력적인 월세 금액의 임차인이 들어왔는데 뭐가 걱정이냐 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 매력적인 월세 금액이 벌써 내 것인 양, 갑자기 안정적인 월세를 받는 임대인이 벌써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 여러가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근처 상가 공실도 너무 많았고, 상가 위치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고, 시장 시세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에, 지금의 매매가가 적정수준 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충분히 모으지 못했기에 뭐, 사기 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냥 괜찮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부동산 특히 분양 상가에서 사기를 그렇게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듣고 또 들었음에도, 갑자기 그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니 참 신기하지 않는가.
시간이 지나고 바라본다.
남들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잘 판단한다면서, 정작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며 믿으며 살아간다. 사기를 당하는 그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그 순간에는 쉽사리 알아채지 못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그런 열망과 희망의 끈이 맘속을 흔들어 놓으니 정신이 없다. ㅎㅎ
다시 한번 배웠다.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 가지는 파워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와 상관없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의 심리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크게 지배하는지.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그리고 남의 말을 너무나 쉽게 의심없이 질문없이 현실로 받아들이며 우리가 바라는 상황을 믿음으로 나만의 현실로 승화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음을.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든, 가장 조심하고 주의를 줘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 남은 내가 통제할 수가 없다. 믿고 싶은 대로 믿다 가는 공실의 공포 속 벌벌 떨게 될 수도 있음을.
뭐 결국,
있는 돈 없는 돈과 대출을 끌어 모아 매력적이다는 월세에 눈이 멀어 덜컥 계약을 할 뻔 했지만, 임대인으로서 통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임을 막판에 받아들이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돈이 거래되는 부동산 업계에 사기꾼들은 많을 수밖에 없음을.
여지껏 안정적인 회사에서 나와 비슷한 환경의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는데, 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건 아닌지. 세상에는 나와 다른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실제로 많음을. 내가 보는 세상은 나의 경험에 의해서만 그 크기가 형성됨을. 세상을 더 크게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오늘의 레슨.
믿고 싶은 대로 믿지 말자. 그 마음부터 잘 알아채자. 종종 나를 유혹하고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
뭐든 새로움에서는 배움이 있다. 배움의 기쁨을 즐기는 나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