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시작이 가장 어렵잖니

by 사십대 소녀


새벽 4시반.


여전히 굵은 빗소리가 창문 넘어 들린다.

어제 초저녁부터 피곤했었는데, 아이들 재우고, 쇼프로그램 하나 본다는게

중독 처럼 이것저것 돌려보다 보니 새벽 3시

자야지 자야지 하면서도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새벽 4시반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았다.



요새는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오늘 하루, 지금의 순간들을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 될 뿐,

그 이후는, 나의 의지, 계획,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이후의 흐름과 결과들은 그저 세상의 이치에, 내가 믿는 신께 맡겨버리니

모든 것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그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면 되는 합당한 이유를 내게 선물처럼 안겨준 깨달음


그럼에도 너무 쉽게 까먹고 고민과 걱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갈 때도 많지만

예전에 비해

그래도 참으로 많이 성숙해 지고 깊어지고

명료해지고 간단해지고

편안해져서

모든 것이 감사하다.



대부분의 것들은 시작이 가장 어렵다.

긴 터널 앞 두려움과 용기 부족 때문


소심한 성격에 나는 항상 시작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적응하기 까지,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전까지.

15년 직장생활에서도 3년차 신입, 대리 달기까지 가장 힘들었고,

육아도,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초반 3년 ~4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늦게 배운 운전도 3~4개월까지 과연 내가 운전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좌절하기도 했고,

결혼하고 결혼생활 적응도, 새로운 환경의 적응도,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여, 나 나름대로 정리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불투명해서 어찌할지 몰라 바둥거렸지.


나이 마흔 둘 넘어 시작한 온라인 셀링도 겉으로는 자신감 있는 척, 씩씩한 척

안으로는 수십번 그만둬야 할까, 특히나 아주 초반에.

두려움과 남들의 시선,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하고 싶은 것일까 온갖 걱정과 이런저런 근심들을 달고 다니지.


근데 사실

그냥 하면 되는 거고,

그냥 하면 되는 거다.


세상만사 뭐든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하지 못할 뿐이란 걸

정확한 FACT 로 인지하고 남들한테는 그리 쉽게 내뱉으며 퇴사했음에도

비겁하게 그리 소심하게 쭈글거리고 있다가

그나마 6개월 쫌 지나니 자신감이 쪼금 생기긴 했다.

거봐,

이제서야 조금 적응을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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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파도처럼 철썩철썩 거리는게 마음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잔잔하게

깊게, 깊은 심지를 따라가자.


그냥 이리저리 가도 되는데,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그저 나의 움직이는 마음을 잘 읽고 따라가면 되는 것이고,

그 이후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된다.

오롯이 나의 능력 하나로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이것이 요새 내가 깨달은

삶의 정답.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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