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에 진심인 편

오늘 쓰는 나의 역사

by 박기복

'요즘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이 이번 주 글쓰기 과제의 테마였다. 올해부터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번 달에는 온라인 글쓰기 수업까지 신청해서 참여하고 있으니 현재 나의 최대 관심사는 글쓰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1주 차에 이미 같은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또 쓰는 게 식상했다. 다른 글감을 기웃거렸다. 몇 줄 쓰다가 접기를 반복했다. 코로나 후유증인지 이번 주 유난히 피로도가 높아 퇴근하면 누워있기 바빴지만, 글이 술술 잘 써졌다면 피곤을 이겨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월요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글을 써서 올려야지 다짐했지만 하루하루 실패한 다짐 끝에 결국 금요일이 됐다. 마음이 무거웠다. 유난히 화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출근을 하다가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써야 할 이야기를 맘에 품은 채 딴 얘기를 할 수는 없나 보다.' 봄에 관해서라면 반드시 98년 3월을 이야기를 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글쓰기는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세계, 진실의 세계에서 가장 좋고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적당히 알맞은 게 아니라 딱 맞는 것을 써야 통과다. 잘 썼든 못썼든 해야 할 이야기는 기어이 하고 넘어가야 통과다.


그러니까, 지금은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타이밍인 거다.


'어디선가 향기가 났다'라는 글을 쓴 것은 지난주 일요일 아침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설렘을 느꼈다. 글쓰기 과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나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보내주는 진심 어린 공감을 에너지 삼아 그 추억은 더욱 귀한 것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창고에 처박아둔 물건을 우연히 발견해 먼지를 닦아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둔 것처럼 자꾸 바라봤다. 잊고 지낸 첫사랑 상대를 요 며칠 자주 떠올리기까지 하면서 내 글에 내가 취했구나 싶어 겸연쩍기까지 했다.


사실 첫사랑의 마무리는 아름답지 못했다. 그를 만나는 동안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그땐 그게 내 문제인 줄 알았다. 상대를 안심하도록 만드는 게 태도의 문제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막판에는 몰라도 될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상처도 세게 받았다. 이러쿵저러쿵 따질 필요도 없이, 지금 오순도순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을 주인공 삼으면 사실 모든 건 다 과정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아련하고 귀한 추억이 되기도 하고, 시행착오 중 하나로 전락하기도 한다.


역사에 대한 정의 같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역사라고 E.H.Carr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라 할지라도 오늘과 엮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해석이다. 해석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동일한 내가 완전히 다른 인간에 다다른다. 사는 동안 정성을 기울여 지속해야 할 일이 바로 이 '해석'일지 모른다.


하여 나의 역사를 차근차근 써보고 싶다. 많은 작가들이 첫 소설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게 되는 심리가 이런 것일까. 지나간 일들을 현재의 눈으로 새롭게 써 내려가면서 새로운 나에게로 도착하고 싶다. 글을 따라 생각의 길이 나고, 생각을 따라 글의 길이 열릴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역사를 공부해서 참말 다행이다.(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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