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high
아침에 눈 떠서 어제 마저 못그린 그림을
생각하며 밥을 차린다.
애들 챙겨주고
이제 엉덩이 좀 붙혀볼까 하는데
세탁기 알람이 울린다.
연필을 들고 빨래를 널다가
제일 많이 쓰는 흰색 색연필을 찾을 수 없다.
이제 좀 그려보자 하는데
이젠 머릿속에 점심 메뉴가
눈앞에 빙글거려 자꾸 색이 외곽선 밖으로 칠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에 번잡한데 이젠
평생을 따라 다니던 냉혹한 양심이 속삭인다.
‘ 이제 그만 하면 됐어~
너 좋아하는 그림 그린다고
젊어서는 부모님 등골 빼먹고
이젠 니 새끼들 밥도 굶길래!
차라리 타협하고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리던가
아님 전공을 바꾸던가~~~
팔리지도 않는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생과 뭐가 다르냐!’
그래~ 얼마나 많은 가장들이
애틋 파릇한 꿈들을 펴보지 못하고 접었을까.
그래도 아직 원하는 것이 있는 다행한 삶이란 말로
난 오늘도 내 생과 타협하고
책상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