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처음엔 진짜 아무 감정 없었다.
나는 매니저였고, 그녀는 내 팀원이었지만,
우리는 딱 ‘일하는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굳이 밥 같이 먹을 일도 없었고, 괜히 친한 척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각자 맡은 일 하면서 조용히 지나가는 사이.
특히 우리가 일하던 팀은 좀 특수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 대부분이 장애인이었고,
비장애인은 우리 둘 뿐이어서
처음엔 꽤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그녀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고,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상담 요청을 해왔다.
같이 일하는 장애인 중 한 명이 유독 자신에게 배타적인 것 같다.
본인이 할 일을 억지로 시킨다던지, 텃세를 부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녀가 느끼는 답답함을 일단 들어주고 같이 풀 방법을 고민해줬다.
그래도 그녀에게 꼭 말했어야 했던 건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나누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그녀에게 약간의 이해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본 그녀보다 조금 더 함께 일해온 내가 그 직원을 더 잘 알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조금 더 지켜보는 건 어떨지 물어봤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처음부터 꼬인 관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의 편을 들기보단,
그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의 입장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바로 나는 그녀가 말한 당사자를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역시나 오해, 하지만 무엇인가 불편함이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가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 둘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말했다시피 특성상 다른 이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친구부터,
말이 여러 번 바뀌는 친구, 엄청난 오지랖을 가졌지만 여러 번의 번복으로 말의 무게가 떨어지는 친구까지.
하지만 나는 그 친구들의 말 또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 관계가 너무 꼬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했다.
그게 고마웠던 걸까.
그녀는 그 이후로 조금씩 나에게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꽤 늦게 눈치챘다.
왜냐면, 그런 걸 나한테 해오는 사람이
살면서 한 명도 없었거든.
나중엔 이게 내 아내의 흑역사(?)가 되는 순간이 되었다.
Epilogue,
우리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공통점을 찾아냈을 때 그 주제는 노래였다.
로이킴 - 잘 지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