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얼마를 벌어야 넉넉한가요?
아래 채널에서 독자분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해 전체공개로 답변을 드렸던 글들을 모았습니다.
https://www.postype.com/@boksepyunsal
두 질문 모두 나름 장기 거주를 하는 동안 외국인 근로자로서 4번 이사를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싱가폴에서는 외국인 동료들과 월세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일반적이에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합리적이기로 유명한 싱가포리언들도 그렇게 외노자 동료들 얼마 주고 월세 사는지를 밥 먹듯 물어봐서 저는 월세 이야기라면 버튼 누르면 자동 답변 할 정도로 익숙합니다.
그리고 월세 얼마 내는지 밝히고 싶지 않아도, 나 어디 어디 콘도에서 방 구했어, 라고 하면... 싱가포르는 너무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프라퍼티 구루같은 하우징 사이트 들어가면 대충 얼마의 월세를 내는지 가늠할 수 있어요.
하도 로컬들이 어디에서 얼마 주고 사는지 물어보니까 나중에는 그냥 스몰톡 하고 싶은가보다 하고 넘겼었어요.
인터넷 정보들이 너무 산발적이고 무엇이 진짠지 모르겠다- 이게 발로셨잖아요.
저는 코로나 전에 귀국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미친? 월세는 아니었어요.
마지막으로 살던 콘도 스튜디오 기준으로 말씀 드릴게요.
스튜디오는 우리나라 개념으로 원룸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밑에 사진처럼 작은 키친이 딸리고 그 앞에 화장실 (샤워부스가 딸려있는) 그리고 옆에 침대를 넣을 수 있는 공간. 딱 1인이 살 수 있는 슈즈 박스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https://x.com/boseenglish/status/1773526783595557263
싱가폴 동북부 쪽 센캉 지역의 콘도, 스튜디오 렌탈한 게 마지막 이었는데 PUB (전기, 수돗셋 공과금) 합하여 1,400sgd (지금 환율로 140만원이네요) 냈어요.
센캉 지역은 신식 콘도가 많은데 싱가폴 로컬들 기준으로는 외곽 쪽에 해당이 되거든요? 여기서 좀만 더 가면 풍골인데, 풍골은 얘네들 입장에서는 뭐 풍골에 집을 구했다고??? 경악하는 거리에요.
싱가폴 동에서 서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정도 안 걸리는데, 풍골, 센캉, 우드랜드, 주롱이스트 정도가 외곽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센트럴 (시티홀, 차이나타운, 래플스플래이스 등) 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렌탈 값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거주했던 센캉에서 시티홀까지 가는데 사실 몇 분 안 걸려요. 서울 출퇴근했던 것에 비하면 그냥 워밍업 정도인데 작은 나라 기준에 맞춰지니 센캉? 그렇게 멀리 산다고? 하는 인식이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틈날때마다 제가 월세로 살았던 스튜디오와 비슷한 사양 (지역, 크기) 렌탈 값을 확인하는데 최근에 보니 월 2,000달러로 나왔더라고요. (200만원) 제가 비슷한 스튜디오를 1,400불에 지냈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이 비싸게 느껴지거든요.
지인들 통해서 엔트리 레벨 포지션도 up to 5,000불까지 진입할 수 있게끔 조정이 많이 되었다고 들었고, 잡사이트 들어가서 수시로 확인해보는데 정말 지인들 말처럼 5,000불 까지 조정 가능한 엔트리 레벨 공고가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매니저로 근무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1억 가까이 받는 것도 흔해졌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가에 맞춘 임금 상승일 거구요, 싱가폴에서는 엔트리 레벨 포지션과 매니저 포지션의 임금 상승 차가 분야 막론하고 상당히 커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약, 7-9,000불 정도를 몬슬리 페이로 받는다? 그러면 2,000불 정도의 스튜디오 렌탈 값이 그렇게 심각할 정도로 부담이 되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보통 입싱하실 때 프레시 그레쥬에잇으로서 엔트리 레벨로 입사를 하게 될텐데, 4,000불 정도를 받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여전히 렌탈 비로 2,000불을 내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거든요. 이럴 때 두 가지 옵션이 있을 것 같아요.
HDB는 싱가폴 로컬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인데 여기 방 한 칸 보통 커먼룸, 이라고 하거든요.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서 하숙 식으로 커먼 룸에서 월세를 사는거에요. 제 지인 중에는 600불 내고 지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다만 가족들이랑 매일같이 봐야 하니까 불편하죠.
잘 찾아보면 집 주인 아주머니 혼자 산다던가 아저씨 혼자 산다던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에 다른 테넌트가 사니까 화장실이나 부엌은 공유하게 되는거죠.
저도 탄종파가라고 한국인들 많이 사는 센트럴 지역에서 하숙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힘들었어요. 랜드 레이디가 좋은 분이셨지만 간섭이 심했거든요. 그 때 1,000불을 내고 살았는데, 지금은 HDB라 할지라도 센트럴 지역에서 커먼룸 (화장실, 부엌 다른 테넌트와 쉐어) 1,000불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4,000불 정도의 몬슬리 페이로 협의가 되서 입싱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돈도 모으고 싶다 한다면 외곽 쪽 콘도 커먼룸, 1,300불 아래로 찾아보거나 아니면 직장이 센트럴 쪽이라서 무조건 10분 이내로 출퇴를 원한다, 하지만 돈도 모으고 싶다?
그러면, 룸메이트 찾아서 같이 마스터룸 (화장실 딸린) 쉐어를 하거나 아니면 로컬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HDB의 커먼룸을 1,000불 내외로 어떻게든 찾아서 들어가는 게 옵션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건 쉽지 않아요.
저는 싱가폴 거주 후반에는 무조건 편하게 최고야, 라는 마음으로 센트럴 쪽과는 좀 멀지만 신식 콘도라 깨끗하고 조용하고 혼자 지낼 수 있는 스튜디오 (그런데 복도를 중심으로 바로 옆집이 주인집 이었어요. 이걸 싱가폴 식으로 듀얼 도어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또한 그다지 프라이버시 존중은 안됩니다) 찾아 들어갔고 그 때 사는 게 가장 편했던 건 맞거든요.
그러니까 입싱하셔서 본인 스타일이 어떤지 잘 생각을 해보시는 게 좋아요.
엔트리 레벨 포지션으로 입사하게 되고, 4,000불 정도의 몬슬리 페이를 1년차에 받게 되었다-
이렇게 가정한다면.
나는 절대 누군가와 같이 못 살아. 무조건 스튜디오에 살아야해. 마스터룸도 거실, 부엌 쉐어 해야하니까 싫어! 그러면 싱가폴 외곽 쪽의 신식 콘도 스튜디오. 2,000불+
좀 불편해도 상관없어. 그래도 돈은 모아야 하지 않겠어? 센캉 바로 전 세랑군 정도 지역의 콘도 혹은 HDB 커먼룸. 1,100불+ (MRT 역이랑 멀어질수록 값은 내려갑니다)
불편한 건 상관없어. 직장이랑 무조건 가까워야해. 하지만 센트럴에서 스튜디오를 살거나 화장실 딸린 마스터룸 월세는 나의 몬슬리 페이로는 감당이 안돼. 룸메이트 구해서 HDB 마스터룸이나 커먼룸 같이 쉐어 1,000불+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짜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업계에 따라 엔트리 레벨 5,000불 이상도 주는 곳이 있을 수 있을거에요. 일단, 5000불 이상이라면 내가 죽어도 다른 사람이랑 공간 쉐어를 못하겠다? 그러면 저라면 센트럴 중심으로 외곽 쪽의 1인용 스튜디오를 찾아서 들어갈 거 같아요.
독자님이 보신, 400만원은... 제 예상에는 콘도, 마스터룸 1개, 커먼룸 1개 정도가 딸린 콘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니면 이스트코스트 쪽의 콘도, 방 2개, 거실, 부엌 그리고 화장실? 이 정도여야 400만원 월세가 나오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보신것처럼 지금 싱가폴 월세 다 400만원이야, 이건 좀 극단적인 것 같아요.
당장 프라퍼티 구루 들어가서 보면 위에 캡처본 처럼 2,000불 (200만원) 스튜디오도 저렇세 버젓이 렌탈로 나와있거든요.
1번 질문의 경우에는... 사실 지금 싱가폴 물가를 보았을 때 코리안 스피킹 잡 2500불에서 3000불 공고는 좀 그렇다, 라는 마음이 들어요. 1500불 월세도 찾기 힘든 마당에 2500불 받으면 생활에 너무 쇼크가 올 거 같거든요.
그런데 독자님은 지금 영어, 일어 다 가능하시잖아요.
엔트리 레벨로 입싱 하셔서 빠르게 매니저로 프로모션 하시는 게 (싱가폴은 성과주의 문화가 공고해서 우리나라같은 연공서열 .. ❌) 1번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이 될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아티클에서 다른 독자님들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 생각을 잘 정리하였습니다.
(Update_240416) 아니 땐 싱가폴에서 일본어에 그토록 목 맨 이유
그리고 생활물가는 한국보다 싼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정확히는 서울물가 (미쳤더라고요) 호커센터에서 끼니 해결도 가능하고, 싼 데 찾아 돌아다니면 더 저렴하게 지낼 수 있어요. 그런데 호커센터에서 삼시세끼 해결하긴 솔직히 어렵죠. 너무 느끼하기도 하고, 건강식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싱가폴은 플라스틱 사용이 좀 지나친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따빠오 (포장) 적당히 해야합니다.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돌아올 즈음 건강이 굉장히 안 좋아졌는데 과한 플라스틱 사용과 따빠오도 원인 이었다고 저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벌레 꼬이는 거 싫어서 부엌 있어도 저는 음식을 전혀 해먹지 않았어요. 그리고 생선을 굽는다거나 고기를 굽는다거나, 좀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이웃과 너무 가깝거든요, 거리가.
그러면 싱싱한 야채 채소도 많이 먹어야하잖아요?
동료들끼리 싱가폴에서 야채 제일 많이 먹을 수 있는 데가 서브웨이라는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웰빙 찾으면 생활 물가가 확 올라가죠. 이런 부분 때문에 여행을 안 다닌다거나 (이 악물고 여행 유혹 참는 동료들도 많았고요. 싱가폴이 여행 다니기가 너무 좋습니다) 외식을 일절 안한다거나 소비의 큰 부분을 억제를 해서 웰빙 우선시 하는 동료들, 지인들도 많았거든요.
저는 여행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가 없어서 웰빙 포기하고 삼시세끼 다 외식하고 따빠오로 돌렸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로서 싱가폴에서 사는 단점은 저는 거의 유일하다고 보는데, 월세 같아요. 월세 얼마 내느냐에 따라서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도 나뉘니까요. 다만 외곽으로 갈수록 신식콘도 많고 월세도 줄어들고 분명히 스스로 쇼부할 수 있는 여력도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