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가 특허가 되기까지 -
평범한 금요일 아침, 하루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오늘만 지나면 주말이다. 드디어 토요일과 일요일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에 기분이 살짝 들떠 있었다. 그때, 메일 알람이 울렸다. 워낙 자주 오는 업무 메일이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참 뒤, 무심코 메일함을 열어보다가 눈을 의심했다. 그 속에 특별한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특허 등록증 송부”. 메일을 열어 ‘등록 특허 제10-2024-0096897호: 사물인터넷 기반의 실험실 폐수 분리 및 저장 시스템과 이것의 운용 방법’. 내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특허 등록증이었다. 그 순간, 잔잔한 호수에 돌맹이 하나가 조용히 떨어진 듯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일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긴 시간 동안의 노력 끝에 하나의 ‘결과물’로 돌아왔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었다.
특허 등록증은 단지 하나의 성과로 끝나지 않는다. 소소한 생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수많은 시도와 고뇌, 끈질긴 발걸음이 담겨 있는 여정의 표식이다. 나에게 이번 발명 역시 그런 존재였다. 실험실 한 켠에 방치되어 있거나,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채 처리되던 폐수들을 볼 때마다 떠올랐던 질문.
“좀 더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폐수를 분리하고 저장할 방법은 없을까?”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전혀 거창하지 않은 작은 문제의식, 하지만 대부분의 좋은 생각은 일상의 틈새, 평범한 일상에서 불쑥 찾아오는 법이다. 다만 그것을 붙잡고 실천까지 이어가는 데는 분명한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이 발명을 완성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여러 번의 수정과 실패, 끝없는 재검토가 반복되었다. 돌이켜보면 기술적 난관보다 더 어려웠던 건 내 안의 의심과 게으름이었다.
“이게 정말 될까?”,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까?”
그런 유혹이 수없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안 되는 것보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싫잖아.”
그 목소리에 이끌려 한 걸음씩 내디뎠고,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생각을 실현해 가는 과정은,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았다.’
거창한 꿈이나 거대한 계획이 아닌, 오늘 내가 떠올린 하나의 아이디어를 정성껏 실천하는 것. 그 태도 하나가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종종 ‘위대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진짜 후회 없는 인생은, 크고 멋진 무언가를 이루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하루 속에서 번뜩인 작은 생각 하나를 놓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이른바 ‘소확성(小確成)’으로 돌아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
지금도 머릿속 어딘가에 또 다른 생각이 머물고 있다. 이름도 없고, 아직 형태도 모호한 아이디어지만, 나는 안다. 그 생각도 언젠가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마치 오늘의 특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