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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은 차이가 있다.

매화와 벚꽃의 다른 점

by 복작가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내려 걷다 보면 벚꽃의 향연을 마주한다. 벚꽃은 매화와 함께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상춘객들이다. 누가 더 고운지 내기를 할 수 없을 만큼 두 꽃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가슴을 들뜨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꽃이다. 어떤 이는 매화의 고고한 자태를 보기 위해, 또 어떤 이는 벚꽃의 화려한 물결 속을 걷기 위해 봄을 만나러 나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매화도 좋고, 벚꽃도 좋다. 누가 더 아름다운지를 따지기보다 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꽃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매화는 꽃 중에서 가장 먼저 봄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차가운 바람이 아직 머물러 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드러내며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봄의 시작을 알린다. 나는 매화를 보면서 오랜 시간 한결같은 기품을 느낀다. 하얗거나 연분홍빛의 작은 꽃잎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고요한 강인함이 내 마음을 유혹할 만하다. 묵묵히, 그러나 꿋꿋하게 피어나는 매화는 마치 말을 아끼는 사람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반면 벚꽃은 봄의 한가운데에 등장한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두툼한 옷을 벗어 던질 즈음, 한꺼번에 활짝 피어난다.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사람들은 멀리서 볼 때 솜털 같은 벚꽃에 시선을 고정한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화려함이 사그라지는 것을 보면 매 순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 순간, 자신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존재, 벚꽃 아래에서 사람들은 웃고 사진 찍고, 봄이 주는 선물을 만끽한다.


이렇듯 매화와 벚꽃은 생김새와 피는 시기도 다르고, 우리에게 보여주는 분위기도 다른 느낌을 준다. 누가 더 예쁘고 화려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를 뿐이다. 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들을 우리는 다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다. 꽃이 그러하듯, 사람도 그렇다. 우리는 상대방의 성격, 말투, 생각 등이 나와 다를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멀리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가 틀렸다고 판단해 버리는 일도 많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상대방은 나와 다를 뿐이지 틀린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다름이 세상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조용하게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유쾌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도 소중하다. 말이 적은 이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고, 말 많은 이의 입담에서 위로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봄이라는 계절 안에서 피어나는 서로 다른 꽃들이다. 자기만의 색과 향기를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갈 뿐이다.


틀린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덕적 통념을 벗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다. 틀린 사람은 법과 사회적 규범에 따라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대부분 차이는 단지 '다른 삶의 방식'이다. 성격이 불같아도, 물처럼 유연해도, 각각의 삶에는 그만의 서사가 있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수 안치환의 2집 앨범에 수록된 유명한 곡의 제목이다. 우리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누군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이 틀림이 아닌 또 다른 옳음으로 받아들일 때, 함께 사는 삶은 조금 더 부드러워질 수 있다.


봄바람이 휘날리는 길을 걷는다. 길가엔 아직 매화의 흔적이 있고, 벚꽃은 막 피어나고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생각한다. 누가 먼저 피든, 누가 더 화려하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같이 피어나고, 같이 어우러져 있기에 봄은 완성된다. 사람도 그러하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기에 인생은 성숙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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