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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성지순례 첫번째

by 복작가

첫 성지순례지로 조계사를 찾았다.

조계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함께해온 역사의 현장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조선불교의 자주화와 민족 자존의 회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에 의해 창건되어 현재는 한불교조계종 제1호교구 본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 불교 최초의 포교당이자 사대문 안에 최초로 자리 잡은 사찰로 한국불교1번지라는 이름이 부여된 한국불교 대표 중심사찰이다.


석가탄신일이 막 지난 터라 사찰 입구에서부터 연등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붉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 연등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빛의 파도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이 각 연등에 담겨 있는 듯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고, 자녀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원이 깃들어 있었다.

대웅전 앞에 섰다. '대웅전'이라는 이름은 석가모니를 '위대한 영웅'으로 칭한 데서 유래한다. 이곳의 대웅전은 단층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2000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되었다. 스님들의 염불로 출입이 통제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삼존불. 대웅전에는 중앙의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측의 약사여래, 우측의 아미타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단층 건물에 모셔진 불상으로는 국내 최대 크기인 5.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들이다. 그 웅장함이 마치 눈앞에서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내 손에 들린 인장첩에는 조계사의 인장이 찍혔다. 네 개의 붉은 인장은 내가 이곳을 찾은 흔적이며, 단순한 방문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작은 울림, 성지순례의 첫걸음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돌아가는 길, 다시 한번 연등을 올려다보았다. 비에 젖어도 빛을 잃지 않는 등불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염원을 안고 있었다. 연등 아래를 지나며 내 마음 역시 그 빛을 조금이나마 품고 돌아왔다.


성지순례는 단순히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정을 걷는 일이다. 오늘, 조계사에서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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