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비가 오는 걸, 육지에서는 알 수 없다."
오늘, 우연히 들은 한마디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참 이상하게도 그 짧은 문장이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 깊숙이 밀려왔다. 하지만 얼핏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요즘엔 기상청 앱을 이용하면 비가 오는지 금방 알 수 있고, 레이더 영상도 있고, 위성 사진도 있는데. 그럼에도 그 말이 단순한 날씨 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곧 알게 되니 마음에 여운으로 남는다.
같은 하늘 아래 내리는 비인데도, 육지와 바다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육지에서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흙먼지가 일어도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의 날씨일 뿐이다. 하지만, 바다 위에서는 다르다. 배 위 갑판은 순식간에 미끄러워지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지며, 배는 방향을 조정하며 파도에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 같은 비지만, 그 무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마음도 참 많이 닮았다.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 평소처럼 웃고 잘 지내는 사람도, 그가 항해하는 바다에 직접 서 본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비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센 파도에 휘청이며 기울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육지에 서서, 바다 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괜찮아 보여.”
“별일 없어 보이던데?”
“왜 저렇게 예민할까?”
어쩌면, 그 말은 바다에 내리는 비를 알지 못한 채 건네는 무심한 육지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정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다면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바다 한가운데, 그 사람이 서 있는 배에 함께 올라야 한다. 비가 옷을 적셔도,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려도 함께 있어주는 사람. “괜찮아?”라고 묻기보다는 “많이 힘들었지?”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마음에 깊이 남은 그 한마디는 어쩌면 누군가의 조용한 고통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라는 인생의 신호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