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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도전의 증거이다.

by 복작가

“실패는 도전했다는 증거다.”

이 한 문장이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이 말이 큰 위로가 된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긴 지금, 같은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선택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한 번의 실패가 마지막 기회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강남구 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봉은사에서 신도회 연등 모임을 처음으로 구성했다.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의미가 있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내가 해왔던 모임들과는 성격이 너무 달랐다. 게다가 시작하기 전, 완벽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쩌면 무모해 보였을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결정적인 용기를 준 책이 있다. 라이언 바비노의 더 빠르게 실패하기(Fail Fast, Fail Often).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완벽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당장 실행 가능한 작은 일을 시도하면서 스스로를 바꾼다.”


나 역시 그 말에 이끌려 작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내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시작한 인물들은 많다.

켄터키치킨 창업자 할랜드 샌더스는 65세에 닭 요리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고, 수백 번의 거절 끝에 KFC를 탄생시켰다.

조앤 K. 롤링은 실업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 결국 해리 포터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다.

박완서 작가는 쉰이 넘어 글쓰기를 시작했고,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그전까지는 내 안에 이야기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작했고,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했다는 것.


요즘 나는 가끔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왜 그렇게 많이 망설였을까?’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과거가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도전의 흔적이며,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강가에 서서 물만 바라본다고 그 강을 건널 수는 없다. 건너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수밖에 없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한 오늘의 실행이 내일을 바꾸는 힘이 된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할 만큼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용기다.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작은 실패’를 향해 발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그 걸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때 용기를 주고 함께 할 누군가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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