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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걱정, 낙담, 우울, 부정적 감정이 나를 감쌀때

내 영혼을 위한, 책

벌써 몇 주째 장마가 이어진다. 비가 미친 듯 내리거나 잔뜩 구름 낀 하늘과 찜통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축축한 기운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을 감싸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다. 걱정, 낙담, 우울,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누구는 화려한 조명이 감싼다는데...' 하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와 나를 휘감고 땅굴을 파고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 '나이가 들면 점차 이런 감정들과도 친구가 되는 경지에 오른다는데 아직 멀었구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청년창업 등으로 '바로 옆 내 친구'가 순식간에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을 지켜보는 세대. 각종 sns로 연예인, 유명인들과도 소통이 비교적 쉬워지면서 그들을 준거집단 삼아 1%의 화려한 삶과 나의 삶을 너무 쉽게 비교하게 되는 세대 말이다.


방송일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만나면 이런 대화가 항상 등장했다. '방송국 들어가려고 왜 그렇게 애썼나 몰라',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최고야', '그 영상 봤어? 별거 없는데 구독자가 몇 만이야', '나도 한 번 해볼까 봐' 물론 별 것 없어 보이는 그 영상을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이 들어갈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행했다는 것부터 대단하다. 인터뷰하며 만났던 대다수 크리에이터들은 몇 년간 조회수나 반응과 상관없이 매일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는데 우리 모두 알듯 이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디오, 영상, 수십 번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계획만 하는 나로서는 무언가 꾸준히 실천해내는 것조차 너무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손이 바빠진다. 얼굴도 안 나오고 공부하는 것만 계속 나오는 콘텐츠, 책만 읽는 영상, 그림 그리는 손만 나오는 것, 어떤 영상은 소리만 나온다.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콘텐츠 종류도 다양해 카테고리 나누기도 어렵다. 콘텐츠 만들어 밥 벌어먹고 살던 사람으로 너무 부끄럽고 복잡하고 초조해진다. 비교, 질투, 여기에 교만까지 겹치면 걱정을 지나 더 큰 실망과 낙담이 온다. 이러한 감정이 며칠이고 계속되면 우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대로 된 콘텐츠를 내놓는 것에 비해 남과 비교하고, 판단하고, 혼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 모른다. '좋은 콘텐츠, 먹히는 콘텐츠는 이것입니다'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또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그렇게 확실하고 분명하게 장담하는 전문가들이 많은지, 호기심에 이것저것 클릭하다 보면 왠지 좀 서글픈 마음까지 든다. 


아이러니하게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독서 시간을 라이브 한 영상을 보고 힌트를 얻어 얼마 전부터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유튜버는 소리 내어 책을 낭독하는 것도 아니고 2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읽은 책을 정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을 때 접어두기도 하고 밑줄도 치며 읽지만 정작 완독 후에는 다시 펼쳐보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분명 눈물 콧물 빼며 읽었던 책들인데도 마음에 정확하게 남지 않는 찝찝함 있었다. 그 유튜버처럼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 타닥타닥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옮겨 적는 시간을 보냈더니 감사함이 선물로 왔다. 소비되거나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채워지며 평온해지는 시간들이 찾아왔다. 

힘들 때면 서점에 가서 무작위로 마음에 들어오는 책들을 사곤 하는데 제목만 봐도 당시의 마음이 느껴진다. '성경 말씀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 극복하기' 핸드북 사이즈의 다섯 권 시리즈이다. 우울증, 걱정, 두려움, 스트레스, 낙담 중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두 권을 제외하고 세 권을 각각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영문으로는 'Straight talk on Depression(우울)/ Worry(걱정)/ Discouragement(낙담)'이다. 미국의 목사 조이스 마이어(Joyce Meyer)의 글을 문종원 신부님이 번역하신 가톨릭출판사 버전으로 읽었고 최근 어둠과 마주쳤을 때 다시 꺼내 정리했다. 작고 짧아서 비교적 정리하기도 수월했다. 빠르게 다시 읽으면서 한 줄기 빛을 잡고 나올 수 있었다. 나누고 싶은 것들 중 일부를 골라보았다. 


| 'Straight talk on Depression, 우울'

"하는 일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 우리가 느끼는 첫 번째 반응이 실망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실망했을 때 바로 일어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에 아무도 완전히 실패한 사람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 'Straight talk on Worry, 걱정'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 감당해야만 하는 매일의 도전들에 직면한다. 생활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관심의 초점을 바꾸어야 하고 성서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 그것은 기도하는 것이다."

"나는 크게 외쳤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

"말들은 영적인 세상에서 창조적인 힘을 갖는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깨달아야 했던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무엇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긴장을 풀고 삶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저는 있어야 할 자리에 아직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감사합니다. 저는 있었던 곳에는 있지 않습니다. 그 중간 어떤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를 즐기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더 이상 사람들에게 달려가지 않을 만큼 현명해졌다. 그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은 나를 진정으로 도울 수 없으며 오직 주님만이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원하는 지점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하지 말라. 주님께서 모든 것을 보살펴주시도록 전적으로 맡기고 그분의 그늘 아래에 머무는 법을 배우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 어디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쪽을 향하여 가고 있는가가 올바른 질문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때마다 주님께 의탁하는 좋은 방법은 그냥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 'Straight talk on Discouragement, 낙담'

"실망한 후에 그 감정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게 낙담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만약 낙담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는 쉽게 황폐해지고, 이 황폐함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행복과 기쁨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행복과 기쁨은 매일을 살아가며 우리 스스로 만드는 감정이며,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답을 찾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따지고 들면서 고뇌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의기소침해 있거나 짓눌리거나 혹은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울해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기도하고, 말하고, 나누고, 일하고, 사랑하라."

"예수님의 삶에서 볼 수 있듯 균형을 잃지 않고 지혜롭게 자신을 열고 닫으면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을 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다."

"어디서 비롯되었든 실망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위처럼 내리누를 때, 여러분은 그것이 여러분을 억압해서 낙담하거나 황폐하게 만들도록 방치해둘 수도 있고 아니면 그것을 더 높은 곳,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갈 디딤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에페소서(3.17)에서는 사랑에 뿌리를 박으라고 한다. 우리는 직업이나 친구, 자녀나 부모, 다른 사람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뿌리를 박아야 할 것이다."


우울, 걱정, 낙담, 슬픔, 부정적인 감정들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24시간 365일 기쁜 감정만 온다면 이것도 심각한 문제가 분명하다. 누구나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며 살아간다. 오히려 어둠의 시간들은 우리를 성장시키는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그 어둠 속에 깊이 빠져들어가기 시작하면 점점 더 돌아 나오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요즘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평소에 내 감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려 애쓴다. 그러면 어둠에 빠지기 시작할 때를 알아차리기가 조금은 수월한 것 같다. 어둠에 빠지면, 먼저 알아차리고, 방향 바꾸기. 휘몰아치는 풍랑 말고 주님만 바라보며 그렇게 그 자리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줄 것입니다.(필리 4.6-7)"


매거진 [내 영혼을 위한]에서는 영화, 책, 영상 등 세상의 모든 스토리에서 발견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눕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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