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폭신, 봄

하루살이

by boldhealer

나의 장인 장모는 시골에 사신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이 유명한 그곳이지만 실제 거주하신 곳은 용문까지 뻗어온 전철이 쉬어가는 차고지 옆, 동떨어진 한켠이다.

그렇게 깡촌도 아닌데, 차도에 '노인보호'가 적혀 있는 그런 곳, 내 아내는 그곳을 시골이라 한다. 그러면서도 시골 살던 처녀라고 놀리면 그건 또 싫어한다.

아무튼 그곳은 도심의 빌딩풍과 열섬현상과는 다르게 계절의 영향을 자연에서 확인하기 좋은 그런 '시골'이다.


겨우내 눈도 많이 왔고 꽁꽁 얼었다.


겨울의 그곳은 그렇다. 유달리 시골이라는 곳은 더 춥고, 더 꽁꽁 언다.

집 앞의 개울은 겨우내 꽁꽁 얼었다가 이번에 가 보니 어느새 녹아 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인댁 앞에는 '물소리길'이 지나간다. 물이 소리 내어 지나가고, 그것을 또 사람이 지나가며 즐긴다.

처갓집에 가면 늘 집안에 박혀 어르신을 돕거나 운전여독을 푼다는 핑계로 낮잠을 자곤 했는데, 이번에는 햇살이 좋아 보여 밖으로 나와 물소리 길을 조금 걸었다.


물소리 길은 흙길을 품고 있다. 바퀴자국이 움푹하여 울퉁불퉁한 꽁꽁 얼었던 흙길은 완전히 녹아 폭신폭신 해졌다. 그리고 밭고랑처럼 움푹했던 곳이 허물어져 평평해지고 있었다. 아직 새싹은 없는 길가에 그래도 나무는 꽃망울을 키우고 있었다. 정면으로 내리는 햇살은 따듯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등이 따수워 포근하다.


핸드폰에 집중하던 아이들을 제지하고, 그래도 야외활동에 더 관심이 많은 둘째를 데리고 아까 걸었던 그 길을 다시 나섰다.

꽁꽁 얼었던 땅속에 박힌 돌멩이는 이제는 쉽게 뽑아낼 수 있었고, 아이가 개울에 던지며 놀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난감이 되어 준다.


길지 않은 거리를 오래지 않은 시간만큼을 걸으며 나무에 꽃망울을 관찰하고, 바짝 마른 나뭇가지로 돌멩이도 파내어보고, 또 던지며 시간을 보냈다.

흙길이 폭신폭신했음을 둘째와 공유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젊을 때 때되면 찾아가던 매화축제와 벚꽃놀이, 여러 봄 축제들이 기억난다.

이번 봄에는 꽃놀이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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