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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저널 Feb 11. 2017

감탄이 터지는 순간

아빠의 육묘육아스타그램 

Editor 최혜진 Photo 우지욱 


가족은 익숙한 타인이다. 가족은 당연함의 세계 안에 산다. 퇴근해 집에 돌아가면 당연히 만날 대상으로서, 당연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식구로서, 당연히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꾀죄죄한 모습까지 내보일 수 있는 안식처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비난해도 우리를 떠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관대한 보루로서 존재한다. ‘남’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낸 이 당연함의 세계는 아주 중요한 신뢰감을 준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히스테릭한 불면증 환자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 신뢰감은 대신 감탄하는 마음을 빼앗아간다. 익숙하고 당연한 대상을 향해 매번 감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가족을 감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매번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좋아하고 설레하고 예뻐하기란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다. ‘아빠의 육묘육아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우지욱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반려묘 오냐와 두 자녀 제인이와 해일이를 담은 그의 사진은 느낌표와 감탄사로 가득 차 있다. “와!” “어쩜!” “세상에!” “대단해!”라고 말하고 있다. 당연함의 세계 안에서 쏘아 올린 폭죽처럼 보통의 날들을 찬란하게 비춘다.



아이를 낳기 전, 미혼 시절에 이미 반려묘 ‘오냐’를 키웠다는 인터뷰 글을 읽었습니다. 어쩌다 ‘육묘’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나요?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불면증이었어요. 당시에 회사 일로 불면증을 좀 심하게 앓고 있었고, 그래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가 고양이를 키워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밥을 먹으러 간 중국집에서 새끼 고양이를 데려갈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우연으로 오냐를 입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냐가 집에 온 첫날 밤부터 정말 거짓말처럼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오냐가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인연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물을 좋아해서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동등한 생명체라고 늘 생각해왔었기 때문에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다만 그전까지 반려동물이라고는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와 반려동물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를 많이 해야 했어요.


두 자녀와 오냐의 일상을 포착한 인스타그램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사진가로 일하면서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다가 인스타그램이 재미도 있고 편리하기도 해서 시작했어요. 또 아이들이 동물과 함께 자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첫째 제인이가 태어났을 때, 오냐는 제인이가 엄마 아빠의 아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그 흔한 하악질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인이가 누운 곳은 슬금슬금 피해다니며 조심을 했어요. 제인이가 조금 더 크고 난 뒤에는 졸졸 따라다니며 제인이를 지켜주려는 듯 옆을 지켰습니다. 아이가 울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왔죠.



인스타그램의 방향을 처음 정할 때 ‘육아육묘스타그램’으로 잡은 이유, ‘오늘이 우리를 기억하다’라는 글을 대문에 내건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어떤 주제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할지는 고민을 안 해봤어요. 고양이와 아이들이 저에겐 전부이고 생활이고 여가이기 때문에 틈틈이 그 사진들을 찍어 올리니 자연스럽게 육아육묘스타그램이 됐어요.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지 몰라요. 그래서 틈나는대로 ‘우리의 오늘'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하고, 그런 의미로 ‘오늘이 우리를 기억하다'라고 대문에 썼습니다.


자녀들과 오냐의 일상을 포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카메라를 손에서 놓칠 않으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카메라를 거의 들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사진을 안 찍으려고 해요. 사진을 찍는 시간과 노력이 도리어 아이들과의 시간을 뺏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도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고요. 아이들과 놀다가 어쩌다 한번 ‘아 이 순간은 꼭 남기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길 때만 가방에서 카메라를 끄집어냅니다. 아마 일주일에 두세 번인 것 같아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가 해일이가 “아빠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말해서 도로 넣은 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일상의 작은 순간은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그런 작은 순간을 굳이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나고 나면 다시 못 올 오늘의 순간순간과 일상이 너무 고맙고 소중합니다. 누구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의미 없는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일상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리고 금세 둥지를 떠날 것을 잘 알기에 오늘의 소소한 일상마저 꼭 붙들어 잡고 싶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육아육묘스타그램’에는 두 번의 ‘기를 육’ 자가 들어갑니다. 나 아닌 다른 존재를 기르고 자라게 돕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어떠한 양육자가 되고자 하시나요?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아이를 키우면서 실감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정서적 표본이 바로 부모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지요. 그래서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건강한 언어를 사용하는 양육자가 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부모로서 이렇게 만들어주는 하루하루가 모여서 아이들이 평생 가지고 갈 성격과 정체성이 되고, 한 명의 인격체로 만드니까요.


‘양육’이라는 단어는 곧잘 ‘책임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책임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결혼하고 출산하는 걸 꺼리는 미혼 청년들도 많죠. 이런 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 역시 결혼 전까지는 자유롭게 살아왔던 터라 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에는 ‘자유로움'이 그리웠어요. 부모가 되면 사실상 ‘내 시간'이 없어지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을 양육하고, 아이들을 책임지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자유와는 비교 못 할 행복함이 밀려왔어요. 양육이라는 책임감은 무거운 게 아니라 행복한 포만감인 것 같아요.


육아하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고 성장한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제인이가 한창 떼를 쓰던 만 2살 때의 일입니다. 하던 일이 힘들어 그만 제인이 앞에서 눈물을 훔쳤는데, 그 순간 제인이가 말없이 제 등을 세상에서 가장 다정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어줬어요. 그리고는 제인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저를 위로해줬어요. 만 2살이 아니라 20살 같은 내 딸의 이런 기적 같은 모습에 미안함과 감동과 부끄러움이 한데 어우러져서 더욱 눈물이 쏟아졌어요. 평소 같으면 잠을 안 자려고 떼를 쓰는데 그날 밤에는 아빠 이불과 베개를 제인이가 손수 준비하더니 제가 잠들 때까지 제인이가 알고 있는 노래를 저에게 모두 불러줬어요. 그날 ‘제인이는 벌써 다 컸는데 아빠는 덜 컸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힘을 얻었어요.


가족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은 독자분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릴게요.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사진을 대해면 좋을까요?
역설적이겠지만 가급적 사진은 찍지 않는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오히려 일상을 방해할 수 있거든요. 일상을 있는 그대로 즐길 때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럴 때 한두 장 찍는 사진이 평생에 남을 사진이 되는 것 같아요.




사진 찍는 아빠, 우지욱

아내와 함께 두 아이와 고양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남기고 있는 육아빠. 현재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사진작가이며, 매거진C에 <아빠는 육묘중>을,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육아육묘사진일기<오냐오냐>를 연재하고 있다.


* 감탄하는 시선을 간직한 아버지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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