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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저널 Apr 25. 2018

놀이를 통해 교감하는 다섯 아빠

: 모던파더 노보, 임도연, 정민우, 김태희, 백종석


editor 이재위 photo 이주연



어린 시절 아버지는 무엇이든 잘했다. 아버지에게 탁구를 배우며 그의 모든 것을 흉내 냈고, 때론 경쟁했다. 

세대를 걸쳐 놀이는 지속되어왔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내가 즐기는 놀이를 아이들과 공유한다. 

아이는 아버지와 놀며 습득하는 방법을 배우고, 도전의 기회를 갖고, 공정한 경쟁을 경험한다. 

놀이와 취미를 잃어버린 요즘, 놀이를 통해 아이와 교감하는 다섯 아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심 속 트레일러닝 | Trail Running in the City 

노보 NOVO, 더 콜라보레이션 소속 아티스트 
 


타투이스트이자 다양한 장르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노보는 트레일러닝 마니아다. 트레일러닝은 등산과 달리기의 접점에 있는 스포츠로, 포장된 도로가 아닌 산·들판·사막 등을 달린다. “어릴 때 육상부 선수로 활동했어요. 달리기의 유일한 목적은 경주를 마치는 것이죠.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오직 반복적인 다리 움직임과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순간의 그 희열은 직접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트레일러닝은 상당히 고강도의 운동이지만 바하(4세)와 함께 할 땐 집 주변을 가볍게 뛰는 것으로 시작한다. 종로구 계동은 고궁, 삼청공원, 정독도서관 등이 있어 에너지 넘치는 사내아이와 함께 뛰어놀기 좋다. “체력을 길러주고 싶은데 체육 센터보다는 자연이나 도심을 달리며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아이에게 유익하고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공원에서 개미를 구경하고 낙엽을 흩뿌리며 동네를 뛰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고 운동량도 상당하거든요.”





“최근 다리에 홀로 복싱하는 남자 모습을 새겼어요.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고 싶은 것이 남자들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언젠가 내 아이도 치열한 사회에 나와 부딪치고, 깨지고, 견디게 될 거예요. 

바하가 지닌 예민한 감수성을 지켜주면서 

강인한 신체와 건강한 가치관을 키워가도록 지도해줄 생각이에요.”








수직의 벽을 향한 도전  | Facing Vertical Walls 

임도연, 통신사 엔지니어 
 


턱걸이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임도연은 고등학교 때 스포츠 클라이밍을 처음 배웠다. 프로의 길을 갈망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딸과 함께 등반을 즐긴다. 클라이밍은 암벽등반 선수들의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한 스포츠로, 근력·유연성·지구력이 필요한 전신운동이다. 높은 고도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강인한 정신이 필요하며 스피드, 리드, 빙벽, 볼더링 등 특화된 기술도 연마해야 한다. 아빠의 등반 장비를 장난감 삼아 놀던 막내 지현(11세)이가 작년부터 체계적인 클라이밍 수업을 시작했다. “백일도 안 된 지현이를 산에 데리고 다녔죠. 저는 암벽을 타고 아이는 엄마 품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어요. 아마도 그때부터 지현이에게 등반가의 기질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클라이밍은 전신의 힘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에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에요. 훈련 역시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죠. 대부분 실내에서 훈련하지만, 산에는 꾸준히 가려고 해요. 무엇보다 아이와 공유하는 스포츠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암벽을 오른다는 것은 도전 정신이죠. 끊임없는 트레이닝이 필요한 일이고요.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현이가 좀 더 자라면 함께 백패킹을 하고 싶어요. 

난도가 높은 암벽등반도 해볼 수 있고요. 

같이 호흡을 맞춰 멀티피치에 도전해보는 거죠.”






취향이 담긴 장난감 | A Toy with His Own Taste

정민우, 그래픽 디자이너 
 




여전히 게임과 장난감 조립을 좋아하는 키덜트 아빠 정민우. 그가 프라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건 산후조리 중인 아내와 함께 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부부는 아기 침대 위에 SD 건담으로 만든 모빌을 걸었고, 돌상에는 청진기와 연필 대신 장난감과 각종 피겨를 올렸다. 지오(3세)가 집어 든 건 바로 빨간색 미니카. 

“제가 모으는 피겨와 장난감은 무척 정교해요. 아이가 가지고 놀기엔 무리가 있지만,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과 나쁜 장난감의 기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어떤 물건으로 아이와 부모가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장난감 아닐까요? 아이에게서 해방되고 싶어 요란하고 자극적인 장난감을 쥐여준다면 그게 바로 나쁜 장난감일 거예요. 지오가 건담 시리즈를 함께 조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제가 모아 온 컬렉션과 개인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요.








보드게임 속에 담긴 세상  | The World of Board Games

김태희, 초등학교 교사 

 




김태희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모은 50여 개의 보드게임을 소장하고 있는 보드게임 수집가다. 때론 친구들끼리,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취미 생활이다. 어떤 종류의 보드게임은 룰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니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보드게임의 매력은 바로 그 점에 있다. 

“참여자들은 직접 대면하며 소통하고 조율하면서 관계를 맺어나가죠. 요즘 같은 시대에 접하기 힘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에요. 그 안에는 우리 삶의 다양한 현실이 그대로 축소되어 있어요. 경제, 문화, 수 원리 등 교과서에서보다 더 강력하게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죠. 아이들이 커갈수록 취미를 공유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세대 차이는 물론 취향이 다르기도 하고. 하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가족 모두가 함께 집중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설원 위의 따뜻한 교감 | A Warm Exchange in the Snow

백종석, 스노 파크 빌더 



백종석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년 이상 스노보드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며 한길을 걸었다. 스노보더가 되어 세계 각국의 스노보더 친구를 만났고, 

그들과 문화·기술을 공유했다. 스노보더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직업이었다. 

“스노보드를 통해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아왔다고 믿기에 아인(5세)이가 걸음마를 떼고 뛰기 시작한 두 돌 즈음부터 스노보드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스노보드의 기본은 균형 감각이기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린 연령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요. 아인이는  가르쳐준 동작을 수행하고 나면 눈빛부터 달라져요. 마치 ‘아빠, 나 해냈어’ 하는 표정이죠.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눈을 참 좋아하잖아요. 새하얀 눈밭 위에서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정말 짜릿하죠. 아인이가 전문 스노보더의 길을 걷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할 생각이에요.”





“스노보드를 배우려면 눈 속에서 수천수만 번 더 넘어져야 할 거예요. 

생각대로 잘 안 된다고 눈물을 흘리는 일도 많겠죠. 

아이가 하나씩 단계를 밞아 성장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아버지로서 큰 기쁨이죠.”







*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아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아빠, 남의 삶을 기웃대지 않는 아빠, 멋스러움을 아는 '모던 파더'들의 말과 얼굴을 모으는 미디어 <볼드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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