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린 레고 사용설명서
Lego is Bold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레고는 누가 뭐래도 블록 장난감의 표준으로 통한다. 레고 ‘시티’, ‘닌자고’, ‘스타워즈’ 등 매 시즌 쏟아져 나오는 무궁무진한 제품군이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영이가 좋아하는 레고는 특정 제품과는 무관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아이는 평소 보고 느끼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그림으로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그 그림에 이야기를 보태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꼬마 이야기꾼 재영이는 이것을 레고 놀이에도 적용했다.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블록 조립을 좋아하지만 설명서는 보지 않는다. 재영이가 조립하는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피어나는 상상 속 이야기다.
재영이가 레고 조립에 흥미를 느낀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레고를 조립하는 영상으로 유명해진 유튜버 ‘jaystepher’의 500개가 넘는 동영상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따라서 조립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6분 남짓한 영상으로 미끄럼틀, 시소, 동물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조립을 마치고 나면 재영이는 다시 블록을 해체한다. 그러곤 A4 용지를 접어 반듯한 여덟 개 면을 만든다. 그 각각의 면을 채워 일명 ‘레고 설명서’를 만드는 것. 조립한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해 누가 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친절한 설명서이다.
독특한 방법의 레고 놀이에 빠진 재영이는 언젠가부터 설명서 없이 레고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그림책도 만든다. 손바닥만 한 그림책 안에는 어떤 모양과 색깔의 블록을 사용했는지, 어떤 순서로 끼워야 하는지 자세하게 표현해놓았다.
이것은 단순히 블록 조립 방법을 알려주기 위함은 아니다. 책 구성과 내용은 꽤 정교하고 치밀하다. 작품을 대표하는 표지도 있고 각 이야기의 배경, 등장인물, 대사 등이 담긴다. 모든 스토리라인의 창작은 재영이 몫이다. 책을 살펴보면 재영이가 레고를 만들면서 든 생각과 평소 경험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마치 일기처럼 아이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크고 작은 기록들을 소중하게 여긴 아빠 이상훈은 이 낙서 같은 그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 보관하고 있다.
“재영이는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이어서 혼자서 집중하는 활동을 즐겨하는 편이에요.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레고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죠.
레고 놀이를 시작하면서 공간감이나 이해력 향상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재영이가 만든 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죠. 작은 부품이나 조각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기억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이가 조립한 블록은 해체하면 사라지지만, 이렇게 그림책으로 남기면 두고두고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레고가 장난감을 넘어 아이에게는 상상력을 표현하는 도구, 제게는 아이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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