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아이볼 인턴 권예인입니다.
이번에 유아이볼 팀은 샌프란시스코 테크크런치(TechCrunch Disrupt 2025) 에 다녀왔어요! 현지의 제품/서비스, 문화와 트렌드를 포함해 직접 관찰하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여정이었는데요, 그곳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들을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공유해보려고 해요.
행사에서 만난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이미 AI 디자인 툴을 ‘도구’가 아닌 ‘팀메이트’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특히 Lovable, Figma Make 같은 툴을 실제 워크플로우에 녹여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에게 AI는 결과를 ‘대신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더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처럼 쓰이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Lovable을 이용해 한 화면의 다양한 UI를 빠르게 생성하고, 그 중에서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며 ‘판단의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했어요.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보다 “AI와 함께 더 많이 실험할 수 있을까?”를 묻는 문화라 느껴졌어요.
AI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이자 실험을 반복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였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손이 빠른 사람이 아니라 ‘판단력이 빠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들은 AI를 ‘완벽한 결과물’보다는 ‘더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보고 있었어요. 그 결과 디자이너는 AI가 생성한 시안을 ‘판단하고 실험하는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었어요. AI가 디자인의 본질을 바꾼 건 아니지만, 디자인의 리듬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어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테크크런치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강하게 느낀 건, 이곳의 디자인은 ‘보여주는 구조’가 아니라 ‘행동하게 만드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에요. 배너, 명함, 팸플릿을 포함한 모든 시각 요소들이 단순히 예쁘거나 세련되기보다 명확하고 실용적이었습니다.
리플렛 - 정보 중심 보다 행동 흐름 중심
한국의 리플렛은 종종 ‘설명’의 역할에 집중해요. 서비스 개요, 핵심 기능, 가격, 차별점 등 정보를 최대한 압축해 담아내려 하는 반면, 테크크런치 부스의 리플렛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었어요.
리플렛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건 복잡한 정보가 아니라, 한 문장과 하나의 QR 코드였어요. “Scan to Try”, “Build Faster with AI”, “Join the Beta.” 짧고 명확한 문장 하나로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정의하고, 그 바로 옆에 QR 코드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여백이 많고, 시각적인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눈이 자연스럽게 QR로 향했어요.
그 흐름 속에서 방문객은 ‘한번 스캔해볼까?’라는 행동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죠. 결국 이 리플렛들은 정보를 나열하는 종이가 아니라, 사이트로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설계된 종이 디자인이었요. 이게 테크크런치 리플렛의 가장 큰 특징이었어요.
배너 - 시선을 끄는 대신 ‘방향을 제시하는’ 디자인
엑스배너는 부스의 얼굴이에요. 한국에서는 보통 화려한 그래픽, 브랜드 로고, 그리고 세련된 문장으로 시선을 끌려 하지만, 테크크런치의 배너들은 전혀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어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거대한 QR 코드였어요. 거의 모든 부스가 QR을 중앙이나 상단에 크게 배치하고, 그 아래에 단 한 줄의 문장을 적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Get your free demo” 혹은 “Meet your AI co-founder.”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즉시 행동을 유도하는 문장이었어요. 멀리서도 한눈에 읽히는 굵은 타이포, 채도가 높은 한두 가지 색상,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배경. 이런 단순한 구조가 시선을 붙잡았고,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디자인 언어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결국 이런 테크크런치의 배너는 브랜드의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장치보다는 사용자 행동을 이끄는 시각적 장치라 느껴졌어요.
명함- 소개용에서 행동형으로
명함 디자인에서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의 명함은 이름, 직책, 회사 로고, 그리고 연락처 정보가 정갈하게 배치된 ‘소개용’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테크크런치 현장에서 교환한 명함들은 그보다 훨씬 ‘실행 중심적’이었어요. 대부분의 명함 앞면 중앙에 큼직한 QR 코드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링크드인 프로필이나 회사 사이트, 혹은 제품 데모 페이지로 연결되었어요. 이름과 직책은 상대적으로 작게 표시되거나, 아예 QR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 구조 덕분에 명함 교환이 단순한 인사나 포멀한 절차가 아니라, 바로 디지털 액션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킹 경험으로 바뀌었어요. 대화가 끝나자마자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하고, ‘데모 신청’을 하게 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이건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가 아니라, “명함의 목적은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행동 중심 사고가 반영된 결과로 보였어요.
결국 한국 부스의 디자인이 완성도와 디테일 중심이었다면, 미국 부스들은 즉시 행동을 유도하는 시각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한국의 디자인이 “와, 예쁘다”라는 감탄을 이끌어낸다면, 미국의 디자인은 “한번 해봐야겠다”라는 행동으로 이어졌어요. 그 차이는 단지 미학의 방향이 아니라, 디자인이 작동하는 목적의 차이였어요.
행동을 이끄는 디자인(Action-driven Design), 이 차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이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테크크런치를 돌아다니며 가장 강하게 체감한건 UX/UI의 다양성, 디자인의 자유도였어요. 평소에도 해외와 국내 레퍼런스를 비교할 때 차이를 느꼈지만, 이번 현장에서 그 이유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한국의 서비스는 미니멀하고 정형화된 미학을 추구한다면, 미국의 서비스는 그 반대로 자유롭고 개성 있는 표현을 중시해서, 훨씬 더 개성적이었어요. 색감, 폰트, 인터랙션, 심지어 버튼의 형태까지 모두 일정한 규칙에 얽매이기 보다는 브랜드의 성격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되어 있었어요.
이유는 분명하다고 느꼈어요. 미국 시장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각 서비스가 자신의 사용자층에 맞는 디자인 언어를 직접 정의하고 있었어요. 즉, ‘일관성’보다 ‘정체성’을 중시하는 문화였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 앱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쓰거나, B2B SaaS 사이트에서도 감각적인 모션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이었어요. ‘이건 이런 서비스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공식이 거의 없었고, 디자인 시스템의 완성도보다는, “이 서비스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집중한 디자인이라 느껴졌어요. 이런 자유로움이 곧 브랜드의 고유한 개성을 만들고, 각 서비스가 스스로의 언어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스몰톡이 정말 문화 그 자체였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대화의 적극성이었는데요.
"How are you?", "How's your day going?" 누구나 이런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어요. 부스에 다가가면 팀이 먼저 말을 걸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단순히 ‘구경하는 관람객’이 아니라, 누구나 의견을 나누는 참여자가 되는 분위기였어요.
또한 테크크런치 행사는 확실히 디자이너보다는 파운더와 투자자 중심의 행사라는 점이에요. 곳곳의 부스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들이 데모 테이블을 열고 제품을 소개하며 피드백을 받고 있었어요. 완성된 제품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가 중심에 있었어요.
이곳의 피칭 문화가 정말 다르다고 느꼈어요. 한국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구조가 많은데, 여기서는 "내가 왜 이 문제를 시작하게 되었는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즉 문제 이전의 '사람과 맥락'을 먼저 이야기했어요. 그 짧은 개인적 이야기가 오히려 사람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장치였어요. 발표는 단순히 제품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가 태어난 이유'를 공유하는 하나의 스토리텔링 무대 같았어요. 이런 문화적 차이는 곧 '커뮤니케이션의 언어'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한국이 논리로 설득한다면, 이곳은 '공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에 가까웠어요.
샌프란시스코의 테크크런치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디자인이 어떻게 문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현장이었어요. 한국의 디자인이 정교함과 완성도를 향해 나아간다면, 이곳의 디자인은 자유로움과 공감으로 움직였어요. 하나의 완벽한 답을 찾아내기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 그 자체가 ‘디자인’인거죠.
좋은 디자인은 기술이나 도구보다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정답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을 멈추지 않는 태도, 그 열린 마음이 다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디자인의 언어를 만들어간다고 느껴졌어요. 결국,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걸,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