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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경Bolee Jan 27. 2017

#2. UX단어의 거품

디자인 연구자에게 UX가 가지는 의미

이제 디자인 연구자가 생각하는 UX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UX에 대한 완벽한 정의를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어 자체가 담고 있는 의미도 매우 클뿐더러, 이 때문인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마케팅에서 바라본 UX, 기획자가 바라본 UX, 디자이너가 바라본 UX, 기술자가 바라본 UX, 모두 각기 다른 의미와 해석을 지니고 있습니다.



UX - 단어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UX 디자이너야."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직업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앱/웹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 마케터, 제품 디자이너 등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UX 디자이너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다가 UX 디자이너가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물론 본인을 UX 디자이너라고칭한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UX의 뜻을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가 특정 사물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을 뜻합니다. UX관련 일을 한다는 건, 사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를 서비스, 제품, 환경 등에 녹여내는 행위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용자가 보다 쉽게 운동 중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스마트워치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것도 UX 디자인이며, 호텔 관리자가 객실에서 사용자가 더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객실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면, 이도 UX 디자이라고 볼 수 있죠.


M-Theory - Moonlight hug cushion



UX - 이제는 너무 당연해진 개념

그런데 다시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디자인이라 함은 늘 '사용자'가 함께 고려되어왔던 분야이며, 사용자가 사용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디자인의 결과물의 종류에 따라 제품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디자인, 공간 디자인 등으로 세분화될 뿐,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사람이 입을 옷을 만들고, 사람이 머무를 공간을 구상한다는 건 다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그렇다면 UX는, 디자이너로서 너무 당연한 가치가 아닐까요? 디자인 연구자가 "내 전공은 UX 디자인이야. 나는 UX 연구자야"라고 말을 하는 것이, 어찌보면 더이상 그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을 나타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셰프가 레스토랑에 방문한 손님에게 대접할 요리를 준비하면서, 보다 맛있고 즐겁게 먹어주기 위해서 요리법을 연구하고 요리를 데코레이션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을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UX를 기반으로, 더 구체화된 질문을 던지자

우리나라에서 UX 디자인은 '감성 디자인'이라는 용어와 세트로 8년 전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UX의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붐을 탔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다른 디자인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급진적 경제발전의 결과인지) 사용자의 감성을 디자인에 접목시킨다는 것에 당연시되지 않았었습니다. 이보다는 인체공학적 요소 혹은 기본 디자인 원칙들을 기반으로 발전되어왔죠. 하지만 점점 삶에 여유가 생기며, 더 예쁘고더 좋은 제품들을 찾아 나선 소비자들이 생겨났고, 이에 발맞추어 감성 디자인, UX 디자인이 열풍을 주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UX의 의미를 재평가해본다면, 현재 UX에는 거품이 너무 많습니다. 디자인 연구자들에게 UX라는 단어는 더 이상 매력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이제 UX를 당연한 지지기반으로 삼고, 보다 더 깊이 있는 핵심가치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디자인 연구자들은 점점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행복한 경험'을 전달해주는 디자인을 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좀 더 먼 미래를 사용자보다 미리 내다보고, 미래 상황/신기술/주 사용자에 알맞는 적절한 '경험'을 그려내야 합니다.
 

미래를 내다 본 '사용자 경험 증진' 은 어떤 의미일까요?

21세기, IT 시대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무엇일까요?

미래의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 조사결과에 의존해야할까요, 아니면 디자이너의 감을 기반으로 추측되어야할까요?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술이 사람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떻게 가이드를 해야할까요?

사용자의 경험은, 어떠한 방식으로 증진되는것 일까요?


이렇게 다양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디자인 연구자들의 길이며, 'UX'의 개념을 디자인 연구에 녹아내는 방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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