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본 적 있나요?

노래 한 곡이 불러 낸 마음속 이름들

by 숲song 꽃song


"내 이름 아~시~죠.
한 글자 한 글자 지어주신 이름."



밤새 그 노랫소리가 꿈속까지 따라왔다. 귀에 또렷이 남은 가락을 흥얼거리다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고, 이른 새벽 결국 벌떡 일어나 앉고 말았다. 평소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나, 토요일이면 가끔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이다. 늘 저녁 식사 시간과 겹쳐 중간부터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토요일 저녁, 돼지고기 보쌈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창밖은 기상청 예보대로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아, 오늘 토요일이지" 하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불후의 명곡이 막 시작할 때였다.

그날은 왠지 제대로 챙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TV 앞에 앉았다. 연말 분위기에 맞춰 '피와 사랑으로 묶인 패밀리'라는 주제로 2025년 송년 특집 '패밀리 보컬대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녀, 모자, 부부와 형제가 함께한 무대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진심으로 가득 찼고, 어느 무대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열창이었다.


《내 삶 속으로 들어온 노래》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가 있었다. 바로 윤민수·김경자 모자가 부른 '내 이름 아시죠'라는 노래다.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내 귀와 마음은 온통 그 노랫말과 애절한 곡조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윤민수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가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듯한 어머니의 묵직한 바이브레이션이 겹치는 순간, 그 노래는 더 이상 무대 위의 노래가 아니었다. 내 삶으로 깊숙이 들어와 마치 온몸과 마음으로 내가 부르고 있는 노래처럼 느껴졌다.


"내 이름 아시죠.
가시다가 외로울 때 불러주세요…"
https://youtu.be/CZpGVY8_lHE? si=MB4 UepwFvNL2 r65 F

『내 이름 아시죠』 노래영상 (영상 출처:KBS 불후의 명곡 유튜브 채널)


방송이 끝난 뒤에도 그 노래는 쉽게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트로트 가수 장민호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부른 사부곡이라는 사실을 그날에서야 알았다. 그 밤, 원곡자의 노래부터 여러 가수가 서로 다른 감성으로 부른 노래 영상들까지 모두 찾아 듣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잠들 듯싶을 때마다 노랫가락은 다시 펄펄 살아나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댔다. 급기야 '내 이름 아시죠'라는 가사 앞에, 그동안 무심히 잊고 지낸 이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름은 가볍게 스쳐 지나갔고, 어떤 이름은 묵직하게 마음을 채우며 자리를 잡았다. 언젠가는 내가 애타게 부르게 될 이름들과 내 이름을 불러줄 이름들까지 모두 소환되면서 모처럼 내 속뜰은 다정한 이름들로 가득 찼다. 뜻밖의 노래 한 곡으로 잠 못 이루던 그 밤은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마음껏 꺼내어 부르는 애틋한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는 연말》

눈 온 아침, 밤새 내 마음에 쌓인 이름처럼 꽃밭에도 눈이 쌓였다

일어나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은 온통 하얗게 덮여 있었다. 마음속에 사뿐히 내려앉은 이름들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2025년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연말이 주는 공통된 감정이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사람들, 선뜻 꺼내지 못했던 이름들이 문득 떠오르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날들, 연말을 후회나 회한으로 채우기보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름을 하나씩 꺼내 불러보는 건 어떨까. 짧은 안부 문자 한 통이어도 충분하고 그냥 이름을 불러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시간을 기억하고, 그 사람을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직 당신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송년의 어느 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는 그 순간이 당신에게도 한 해를 건너가는 가장 다정한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마이 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https://omn.kr/2gfw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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