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인과 커피를 마시는데 한 마디를 했다.
"여기 애들은 친구들끼리 칭찬하는게 참 자연스러운거 같아요"
국제학교 세컨더리 스쿨에 다니는 딸이 어느 날 집에 와서 "엄마, 여기 애들은 칭찬을 참 잘해" 라고 말했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종이에 그림을 끄적이고 있었는데 지나가며 그림을 본 친구들마다 "너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라며 칭찬을 한 마디씩 해주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릴때를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는 레이스에 친구와 함께 출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전날 고열과 설사로 몹시 아팠던 우리 아이는 겨우겨우 레이스를 완주했다. 반면에 친구는 좋은 성적을 거둬서 레이스가 끝나고 내가 친구를 칭찬해주었는데 그 아이가 말하길,
"근데 OO이는 어제 아팠는데도 오늘 끝까지 완주했잖아. 그게 정말 대단한거야. 잘했어" 라며 우리 아이를 되려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아닌가.
비단 이 아이 뿐만이 아니다.
대회에 나가서 우리 아이가 메달을 따면 모두가 헹가래를 해주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아이가 경기에서 져서 속상해주면 괜찮다고 옆에 앉아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준다.
너는 수학을 참 잘 하는구나, 너는 노래를 잘하는구나,
나는 장거리 달리기에 강한데 너는 단거리 달리기를 잘하는거 같아.
서로가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작은 거라도 칭찬해주는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물론 남자아이들 특유의 경쟁심이 발동해서 서로를 놀리는 경우도 있다. 리딩 시간에 누가 문제를 빨리 푸는지 내기하기도 하고, 달리기가 누가 빠른지 경쟁하기도 하고, 이긴 사람이 진 아이를 놀려서 울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건 그 순간의 장난에 지나지 않고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작년 겨울, 방학을 맞이해서 일년만에 한국에 방문했다. 그 때 우리 아이가 한국 초등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났었다. 아이는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꺼냈는데 돌아오는 친구의 반응은 "잘난척 하지마" 였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혹여나 아이의 이야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우쭐대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서 한국 친구들에게는 절대 말레이시아 생활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었다. 이 곳에서는 친구들끼리 방학동안 가졌던 서로의 색다른 경험을 말하면 진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감탄해주다보니 한국 친구들에게도 그런 반응을 기대했었나보다.
국제학교에서 만난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게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만큼 친구는 영어와 수학을 나보다 좋아하고 잘 한다. 또 다른 아이는 음악을 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비교하고 속상해하는 일은 없다. (물론 운동을 잘 하는 아이가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속상해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건 본인 성취에 대한 속상함이지 스스로를 친구와 비교하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엄마들도 칭찬에 후한 편이다. "네 친구 누구는 무얼 참 잘하드라"라고 칭찬하면 이걸 들은 아이는 친구 칭찬에 주눅들어 속상해하거나 비교된다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맞아, 엄마! OO이는 이걸 참 잘해" 라고 칭찬해준다.
이만큼 다른 친구의 엄마도 우리 아이를 항상 후하게 칭찬해준다.
시기와 질투, 비교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인정과 축하로써 모두가 이렇게 좋은 말이 오고가니 얼마나 평화롭단 말인가.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한 번도 해본적 없던 말이 있다.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다.
이걸 깨달은 후에는 이 말을 요즘 아이에게 자주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친구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자!
엄마는 OO이가 친구가 잘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가 칭찬을 들으면 기분 좋듯이, OO이가 친구를 칭찬해주면 친구도 기분이 좋고 힘이 날거야.
그럼 친구들과 사이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