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5)

형용사, 바보 같은 천재

by 봄이



*오늘의 글은 신승훈의 <나비효과>와 같이 듣는 걸 추천해 드려요:)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긴 하나 에디슨,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이건희, 안철수 등 머리가 비상한 유명인들의 혈액형이 AB형이란 말도 있지요. 머리가 너무 비상해서 미쳐버려 바보가 되었든, 그 좋은 머리로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되었든 간에 분명한 건 AB형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양가적이라는 점이죠. 천재와 바보는 벡 지장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지만 여하튼 두 단어가 서로 양극단에 위치한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는 천재와 바보의 특징을 넘어서서 AB형의 특징을 정확한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AB형은 사이코다! 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었던 것이겠죠.



지금부터 우리가 배울 형용사. 결론부터 말하면 형용사의 혈액형은 AB형이에요. 이미 우리는 형용사가 지고지순한 명사 바라기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반면 형용사와 정반대의 성격인 부사는 바람둥이 B형 남자였지요. 부사는 많은 품사들을 유혹할 수 있었지만 단 하나의 품사 명사만큼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기억하나요? 자, 감이 좀 오시죠? 네, 맞습니다. 형용사는 명사를 꾸며주는 한 편, 부사의 수식을 받을 수 있는 품사랍니다. 명사와 부사는 마치 천재와 바보처럼 서로 도무지 교집합을 찾기가 어려운 존재이지요. 이런 상반된 성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AB형 형용사인 것입니다! 아래의 예시 문장을 보며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The Little Prince is very innocent.



위의 문장을 해석하면 ‘어린 왕자는 매우 순수합니다.’ 가 되겠네요. 참고로 밑줄 친 부분은 형용사입니다. Little은 보통 적은 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여기에서는 어리다의 의미로 사용되어 Prince(왕자)를 수식하고 있네요. 즉 명사 바라기의 형용사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랍니다. 한편, 순수하다의 뜻을 가진 innocent의 뒤에는 부사 very가 있군요. Very는 매우라는 뜻을 가지며 형용사의 뜻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지요.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지요? 사랑을 하면 웃는 일이 많아져서 더 예뻐 보이는 것 아닐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평범하다고 믿었던 내 특징들이 사랑하는 내 연인 앞에서만큼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되잖아요. 지금 very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거랍니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천재인 동시에 바보가 되어버립니다. 요리라고는 컵라면 용기에 물 붓기가 전부였던 여자가 요리 천재가 되는가 하면, 매일 밤 게임에 미쳐 해가 떠야 잠들었던 남자는 여자 친구의 모닝콜을 위해 기상 천재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게 될 뿐만이 아니라 때로 그 능력의 한계를 사랑의 힘으로 뛰어넘기도 하는 것이죠. 물론 타인이 보았을 때 이러한 행위들은 본인에게 손해일 수 있기에 참 미련스럽고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의 행복과는 별개로 타인의 눈에는 나의 사랑과 연애가 바보짓이 될 수 있는 거겠지요. 그러나 사랑이란 본디 당신만을 위한 천재가 되는 바보 같은 기쁨인 것이니 어쩌겠어요. 내가 손해를 보는 것,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이 주는 것, 책으로만 접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보는 이 바보스런 기쁨이 사실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천재가 되는 행복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 아니던가요.







물론 우리는 슈퍼맨이 아니기에 우리의 능력치를 늘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도, 우리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매일 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리 모두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나약한 인간이니까요. 때로 그 제약이 우리를 오갈 데 없는 코너로 몰아붙일 때 사랑하는 이는 귀찮고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여타 동물과는 달리 그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생각하기에 존재할 수 있는, 스스로가 생각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존재이니 악조건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좇을 수 있는 가능성만큼은 늘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첫 마음’을 잃어갈 때 어쩔 수 없다며 순응하기보다는 그 사람과의 ‘첫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꽃이 향기로운 걸, 별이 빛난 다는 것을 이전부터 이미 알고는 있었겠지만 그걸 처음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것은 당신 옆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아는 어떤 별에는 얼굴이 새빨간 신사가 살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도 없어. 오로지 숫자 계산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야. 하루 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요한 일 때문에 바빠’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지.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라고!”



위의 구절은 어린 왕자가 너무 바빠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조종사에게 쏘아붙인 말입니다. 사랑의 사전에는 바쁘다는 말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시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굳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쯤은 경험해 보았을 거예요. 바보 온달이 바보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평강공주의 사랑도 있었겠지만 그런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녀를 위해 쓰는 시간을 아깝다 생각하지 않았기에 늠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닐는지요. 버섯은 단순히 시간을 먹으며 자라지만, 인간은 사랑을 먹으면서 성장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버섯과는 달리 사랑하기에 사람이며, 그 사랑은 에디슨의 전구처럼 누군가의 삶을 환히 밝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뚱뚱하고 얼굴이 시뻘건 신사가 하는 계산보다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내 별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 한 송이를 알고 있어.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작은 양이 무심코 그 꽃을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저는 형용사를 바보 같은 천재로 비유했습니다. 바보 같은 천재란 무엇일까요? 분명한 건 단순히 홀로 똑똑한 천재라 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손해 봄으로써 얻을 줄 아는 바보 같은 사랑이 실은 더 지혜롭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아요. 마음이란 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아무리 바쁠지라도 두 귀는 늘 열려 있다는 것을. 굳이 양손으로 막지만 않는다면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 정도는 언제나 충분할 거예요.







내일 일을 지금 알 수 있다면

후회 없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

널 보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바보 같은 사랑을 했지 하지만 사랑은 바보 같은 것


신승훈의 <나비효과> 中







떠나간 버스와 사랑하는 사람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낼 순 있어도 사라진 바로 그것을, 더군다나 원상태로 되돌리는 건 시간을 되돌리는 것 만큼이나 기적적인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니 그 사람 외롭게 하지 말아요. 사랑한다면, 귀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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