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7)

접속사; 당신과 나의 연결고리, 그 끌림에 대하여

by 봄이




*오늘의 글은 영화 러브레터의 Winter Story 혹은 영화 Once의 Falling Slowly와 같이 듣는 걸 추천해 드려요:)







“슬픔과 고통을 잊겠다는 건 지금 죽어도 좋을 만큼 완벽하게 행복했던 순간마저 잃는다는 것이죠.”


-이터널 선샤인 中




1월 19일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어요. 영하 15도. 체감 온도는 냉동고의 그것보다도 더 낮았다고 합니다. 마음까지 얼어붙는 추운 겨울,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저번에는 저의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했어요. 이번엔 저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하기엔 이 추운 날에도 어딘 가에서는 봄이 천천히 다가오듯 저는 언젠가 분명 또 사랑에 빠질 테지만 당장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네요. 그냥 마지막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더 이상 사랑에 있어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으니 이 사랑을 마지막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저의 허물과 미숙함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이 겨울이 지나면 한 뼘 더 성장하기를, 봄이 왔을 때 그 따뜻함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저는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2016년의 봄이 오후 4시에 온다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오후 3시부터 설렐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마지막이란 표현이 너무 어색하지는 않으리라 믿어요.



최근에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이별과 만남에 대한 영화, 더 크게 보자면 끌림과 그 끌림을 가능하게 하는 인연에 대한 영화입니다. 첫사랑과 함께 보았던 첫 영화인데 마지막 사랑이 끝나고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라 영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소리 없이 소복소복 세상을 하얗게 바꾸는 눈처럼 사랑도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 탄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감히 어떤 미사여구도 쓸 수 없을 만큼의 순수함과 깨끗한 진심이라는 것이 찰나적으로나마 존재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의 발자취로 인해 검게 더럽혀 지다가 녹아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눈이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늘 하얀 진심이며, 빛이며, 희망입니다.



그런데 참 미묘하게도 아, 하는 순간 내뱉게 되는 나의 입김 때문일까요 눈은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하여 하얗기만 한 세상을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려놓아 버리지요. 지금까지의 저의 사랑은 눈이 가득한 세상에만 머무를 수 있는 눈사람처럼 눈이 사라진 현실에서는 버틸 수 없는 것이었나 봅니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름밤의 꿈을 썼다면 저는 저만의 한 겨울밤의 꿈을 써왔던 것이고 지금 제 옆에는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8월의 크리스마스 DVD가 있네요. 그리고 책장에는 제 첫사랑이 제게 준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DVD가 있고요 그 책장 옆에 있는 화장대 위에는 투명하고 작은 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말이에요 그 안에는 말린 꽃잎들이 향기를 잃은 채 여전히 노란빛을 띠고 있네요. 지금 제 마음은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로서 아픕니다. 티 내지 않으려 웅크리고 있건만 작은 건드림에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흩어지는 소리로 아픕니다. 제 작은 방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뒤죽박죽 섞여 카오스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런 소리 없는 소용돌이 같은 저의 마음 상태가 썩 싫지만은 않습니다. 빅터 프랭클이 말했듯 시련은 어떤 모습을 하건 삶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때로 그 아픔이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니까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만히 앉아 왜 좋아했을까. 무엇에 끌렸던 것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파도처럼 다가왔다 부서졌다를 반복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해요. 얼핏 불안정해 보이지만 그 파도가 머무는 곳이 안정된 바다라는 점에 저는 늘 안도합니다. 그러나 망망대해라 하죠. 당신과 나의 연결고리의 실체를 찾는 것은 모래알 속에 진주 찾기처럼 무모할 뿐입니다. 단지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그나마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만이 제 곁을 지킬 뿐인 것입니다. 그걸 영문법에서 찾으라면 저는 접속사라 하겠어요. 관계라는 것은 파도처럼 역동적인 것이지만 그 관계를 가장 단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접속사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접속사로는 and, but, 그리고 because가 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의 반대되는 성격이기에 끌렸고 그 상반된 성격 때문에 헤어졌습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를 사랑했던 때를 문장으로 나타내면 I love you and you love me.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도 나를 사랑합니다. 가 되겠네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죠. 조엘이 말한 것처럼 지금 죽어도 좋을 만큼 가장 완벽했던 순간. 그런 의미에서 and는 너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너를 이어주는 만남의 접속사입니다. 하지만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죠. I don’t love you and you don’t love me.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네요.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I can’t love you and you can’t love me. 더 정확히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고 당신 또한 나를 사랑하기 힘든 것이겠지요. and는 이렇듯 이별의 접속사이기도 합니다.




"주위를 봐 산산조각 나고 있어. 당신이 삭제되고 있단 말이야. 난 행복해. 당신이 먼저 그랬지. 당신이 그랬다니 믿기지 않아. 아침이면 당신이 사라져. 이런 실랑이도 끝이라고. 작별인사라도 제대로 하자."


-이터널 선샤인 中







나와의 기억을 내 연인이 지워버렸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조엘은 라쿠나사를 찾아가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을 지워버리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연인 클레멘타인이 그랬기 때문이죠. 이성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과 잘 되길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 안 잊히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그 사람과의 추억을 무 자르듯 자르지 못하는 건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는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말이 완벽히 이성적이라는 걸 뜻하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정적이고 본능적이지 않나요. 그러니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해요. 내 마음이 아픈 건 내가 지극히 정상적인 한 인간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아픔은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I love you not because you love me.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I love you because I love you. 당신을 사랑해요.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그냥 당신이 좋아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걸 끌림이라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러한 끌림에 당신과의 연이 닿아 이어지는 것을 인연이라 하는 것이겠네요.




기억을 지우는 중인 조엘



기억을 지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I don’t remember you and you don’t remember me. 난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이대로 우리 끝인 건가요? 이토록 허무하게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끝이 나는 걸까요? 접속사와 비슷한 성격의 접속부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접속사처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되 접속사는 두 개의 문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반면 접속부사는 일단 한 문장이 끝난 다음에 시작해요. 한 템포 쉬고 다시 문장을 시작하되 의미적으론 앞의 문장과 연결되는 것이지요.



However과 but 둘 다 ‘그러나’로 같은 의미를 갖지만 전자가 접속부사라면 후자는 접속사입니다.

I don’t remember you.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지금 마침표가 찍힌 저 문장처럼 당신과 나, 끝인 건가요.

However, I love you.

그러나 끝난 후에도 당신을 사랑한다면.......

I still love you.

당신을 향한 마음이 그대로라면,



접속사에게는 인연을 이어가는 힘이 있다면 접속부사는 인연을 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끝났을지라도, 문장이 끝나도 문장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만날 인연은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것이에요. 이 말은 곧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애써도 못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슬프지만 인연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설사 만나지 못하더라도 끝은 언제나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잠시 내 곁에 머물러준 당신, 최근에 몹시 날이 추웠습니다. 안녕히 잘 지내나요? 아직은 마음이 아파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 8월이니 그때쯤이면 차분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대신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보려 해요. 그리고 눈처럼 흰 종이에 He라는 대명사를 쓸 거고요. 그리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요 아주 깊은 잠에, 칠흑 같은 잠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 제 꿈에는 눈이 아주 많이 내리고 내려 폭설에 갇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요. 그 폭설 끝자락에서 당신을 만나는 것이 저의 지나친 욕심이라면, 눈이 녹아드는 영원한 햇빛 아래에 라쿠나사가 대신 있기를 바라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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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은 제 마지막 사랑을 많이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에게 애처럼 굴었던 점이 미안해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씁니다.

일전에 만들어 준 영상 고맙습니다. 저도 뭔가를 해드리고 싶은데.......

저에겐 그런 능력이 없어 시대에 뒤떨어진 글로 대신합니다.

그래도 행운의 7, 일곱 번째 글은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온전히 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혹 보게 된다면 당신을 힘들게 했던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마음 만큼은 예쁘게 받아주세요.

다시 만나지 못 할지라도 온 마음을 담아 보내드려요.


사랑하는 당신, 좋은 꿈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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