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때 열렸는가 /샘 프란시스

Ekphrasis

by 완연한 봄

Why Then Opened, I (Sam Francis, 1962–1963)

완연한 봄


백색의 표면은 문장을 거부한 채 직사광을 견딘다.

꽉 당겨진 가죽처럼, 어떤 침입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장력.


비어 있음은 부재가 아니다.

안에서 밀어 올리는 기척과 밖에서 눌러 두는 여백이

서로의 경계를 계속 다시 그려 낸다.


가운데를 비껴 난 세루리안의 고리들이

중심을 잃은 채 회전하며

균열의 외곽을 둥글게 밀어낸다.


흰 자리는 중력보다 강하게

시선의 관성을 멈춰 세운다.

생각이 잠깐 멎은 자리에

응시만 남는다.


수직으로 하강하는 선들은

시간의 낙차가 만든

희고 가느다란 골짜기.

가장자리에 닿지 못한 속도들이

세로로 길게 처진다.


드립은 멈추지 않는다.

안에서 풀려난 입자들이

닫힌 세계의 출구를 찾아

가장자리로 달려간다.


삼키지 못한 소음은 검은 점이 되어

쏘아진 씨앗처럼 화폭 끝에 박힌다.

투득—

튀어 오르는, 시각의 파열음.


왜 그때,

열림은 이름보다 먼저 와

이토록 선명한 자리로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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