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곁문을 열어 둔다 /리처드 디벤콘

Ekphrasis

by 완연한 봄
Richard DiebenkornOcean Park #54, 1972.png

Ocean Park #54 (Richard Diebenkorn, 1972)

곁문을 열어 두며

완연한 봄


보랗게 웃는

붉히듯 푸른 저녁


창밖엔 낮의 온기가 남아

손바닥을 대면

열기가 무르게 배어들고


미리 멀어지는 그늘

먼저 다가오는

너의 붉어진 얼굴.


불러 세우듯,

번져 오는 기척에


물러나며 멀어지려다

다가서듯 스며 우는

낮과 밤


오늘의

색을 기록하지 않고

빛이 제 속도로 들어서길 바라며

창의 곁문을 열어 둔다.


붉히듯 푸른 저녁은

밤바다에 침몰해

어둠에 곁을 내어 주고


손바닥에 맺힌

느린 여운은

눈을 감아도

너의 눈꺼풀에 겹을 새기며

매일 다시 뜨는 곁으로 남아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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